[김성수의 보험톡] 무늬만 갖춘 '배타적 사용권', 실효성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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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보험톡] 무늬만 갖춘 '배타적 사용권', 실효성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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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들의 독창적이고 차별적인 신상품 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배타적 사용권'이라는 제도가 있다. 배타적 사용권이란 일정 기간 다른 보험사들이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독점적 판매권을 제공하는 일종의 '특허권'이다.

하지만 독점판매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유사한 상품이 잇달아 출시되는 '베끼기 관행'이 보험업계에 고질병처럼 이어지면서 해당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이 지난 4월에 출시한 '운전자 비용담보 비(非) 탑승 중 보장'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이 내달 말 종료된다. 이 상품은 기존 상품들과 다르게 주정차 후 하차한 상태에서 차량이 움직이면서 발생한 사고나 하차한 직후 주행하는 다른 차량과의 충격으로 발생한 사고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보장 공백을 해소했다고 평가받은 상품이다.

DB손해보험(이하 DB손보)이 교통사고 전문가 한문철 변호사와 협업해 새로운 보장영역을 발굴한 독창성을 인정받아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았지만, 단독 판매 기간이 종료되면 유사한 형태의 '복제 상품'이 잇달아 출시될 전망이다.

실제로 DB손보가 지난 2022년 배타적 사용권을 취득한 '변호사선임비특약'이 획득 이후 3개월 동안 직전 3개월보다 2배 이상의 판매 건수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메리츠화재와 KB손해보험 등이 지난해 2월 같은 특약을 탑재한 상품을 선보이며 독창성이 희석됐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의 배타적 사용권 획득도 정체되고 있다. 소비자의 보장 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독창적이고 차별성을 뛰는 신상품 개발에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배타적 사용권 획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기 때문이다.

배타적 사용권은 최대 1년까지 부여받을 수 있지만, 심사 과정이 까다로워 실제로 취득할 수 있는 배타적 사용권은 3~6개월이 대부분이다. 올해 보험사들이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기간은 대부분 3·6개월이었으며, 9개월은 단 1건, 1년을 획득한 보험사는 없었다. 신상품을 출시하고 마케팅을 진행해 시장을 선점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업계에서는 독자적인 신상품 출시를 통해 얻는 실익보다 독점 기간이 종료된 후 유사한 복제 상품을 내놓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보험업계의 배타적 사용권 취득은 2021년 26건, 2022년 31건, 2023년 17건으로 고착화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보험 산업은 한정된 파이 안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다른 보험사에게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혁신적인 상품과 비슷한 형태의 상품을 내놓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소비자의 보장 공백 해소에 일조하고 있는 보험사들에 대한 보상 강화도 필요하다. 또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보장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소비자를 위한 상품 개발에 대한 보험사들의 개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지나친 베끼기를 지양해야 한다.

보험은 다른 업종과 다르게 소비자를 위한 사회적안전망 역할을 띄고 있다. 보장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역할도 해야 한다.

보험사들이 창의적인 신상품을 통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들의 아이디어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금융당국이 배타적 사용권 실효성 강화를 위해 보호기간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이외에도 이들의 창의력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보호막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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