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더불어민주당 강유정·서영석·임광현·전진숙 의원실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WHO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국내 도입 문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의 한국 표준 질병 분류(KCD) 등재와 관련해 정부 관계 부처와 찬·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열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국제 질병 분류 11차 개정(ICD-11)에서 게임 이용 장애(게임중독)를 정신·행동·신경 발달 장애 영역 하위 항목으로 분류하며 '6C51' 코드를 부여했다.
통계청은 민관 협의체의 논의와 의결을 존중해 내년 하반기에 예정된 KCD 10차 개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공청회에서는 '찬성'과 '반대' 양측 모두 첨예하게 대립했다. 찬성 측은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질병 코드를 등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은 '성급한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로 산업계에 끼칠 피해와 게임 유저들에게 미칠 낙인 효과를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보건복지부(보건부) 관계자들의 입장도 다르다. 보건부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문체부는 '9조원에 육박하는 피해가 추산된다'며 충분한 논의와 연구를 통한 신중한 접근을 주장했다.
많은 게임 유저들은 게임이 질병 코드로 등재될까 우려하고 있다. WHO에서 부여한 코드들 모두 KCD에 등재됐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 및 통계청 등은 지난 7월 '질병 코드 등재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공청회로 해당 문제에 대해 게임 이용자들의 이목이 다시 쏠렸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 중 한 명으로서 최근 상황이 너무 아쉽다. 게임은 국민 10명 중 6명이 즐기는 대중문화다. 최근에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찬성 측은 '게임이 문제'라고 하지 않는다. '중독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문화생활은 어떨까.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SNS)은 요즘 게임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등의 사용 시간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를 10시간 보는 것은 어떤가? 하나의 행동에서 중독 증세가 있다면 게임뿐만 아니라 어떠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주요 사건·사고 또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게임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사실관계를 들춰보니 게임이 원인이 아니었다는 사례를 무수히 많이 봐왔다. 많은 해외 심리학자들은 여전히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한 합의된 정의나 기준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임이 질병 코드로 등재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증거 및 기준은 넘친다. 반면 등재돼야 하는 납득 가능한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게임 이용 시간을 기준으로 할 수 있을까? 주말 동안 20시간 게임을 하고 평일에 문제없이 학업과 일에 집중한다면 이것은 게임 중독일까? 7일 내내 3시간씩 게임을 한다면 중독으로 봐야 할까?
명확한 근거와 기준 없이 질병으로 여기는 것은 반대 측 주장대로 게임에 낙인을 찍는 것과 다름없다. 찬반 의견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찬성 측은 게임 이용자도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