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최근 인수합병(M&A)을 시도한 손해보험사(이하 손보사)들이 잇단 매각 '불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고평가된 손보사의 매각가와 부실한 재무 상태를 회복하기 위한 추가 비용에 대한 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롯데손해보험(이하 롯데손보)에 이어 MG손해보험(이하 MG손보)도 매각에 실패했다.
롯데손보는 본 입찰이 진행되기 이전까지 우리금융지주와 글로벌 사모펀드(PEF) 블랙록, 블랙스톤 등이 예비 입찰에 참여해 우량매물로 평가받고 있었지만, 우리금융이 본 입찰에 불참하면서 연내 매각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회사의 고평가된 몸값을 두고 최대 주주인 'JKL파트너스'와 우리금융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JKL파트너스는 매각 본입찰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매각 방식을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JKL파트너스가 단기간 매각이 아닌 국내외 투자자들과의 논의를 통해 협의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매각 방향을 전환했지만, 실제 인수 과정까지 진행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JKL파트너스가 희망하는 매각가는 2조원 중반에서 3조원대지만, 업계 관계자들이 평가하는 적정 가격은 '1조원 중반' 수준으로 지나친 몸값을 요구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MG손보도 롯데손보와 같은 처지에 놓였다. 올해 세 번째 매각을 시도한 MG손보는 예비 입찰에 참여한 국내 PEF 운용사 '데일리파트너스'와 미국계 PEF 운용사 'JC플라워' 등 원매자들이 한 곳도 본입찰에 응하지 않아 재매각 및 계약이전 등 추가 공개 매각을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이 회사의 매각 실패 원인으로는 '낮은 재무 건전성'이 꼽히고 있다. MG손보의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다른 보험사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부실한 재무 건전성을 정상화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초기 자본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MG손보의 올해 3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은 52.1%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K-ICS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업계에서는 MG손보의 인수자가 K-ICS를 적정 기준까지 개선하기 위해서는 약 1조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손보사들의 매각을 연이어 무산시키고 있는 지나친 몸값과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매각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보험 시장이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과도한 자본 투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평가다.
IFRS17 도입 이후 불거진 실적 논란도 해결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손보사들이 무해지 보험을 통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보험사가 무해지 보험을 통해 예상 해지율을 높이면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CSM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현재가치로 나타내며 보험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금융당국이 IFRS17 도입 2년 차를 실적과 관련된 회계 인식을 손보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부분도 매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손해보험의 과도한 가격과 MG손해보험의 부실한 자본 건전성에 대한 지적은 본입찰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라며 "일부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서 연내 매각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도한 매각가, 부족한 자본건전성, IFRS17 이후 불거진 실적 부풀리기 논란 등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