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기간에 주식을 즐겼다. 이 시기 주식을 하지 않으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정도로 나라 전체가 개미 떼로 가득했다. 기자 역시 이 기간에 다시 주식시장에 발을 들이밀었고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다만 처음과 달리 국내 주식은 하지 않고 해외 주식만 하는 서학개미가 됐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돌아보니 한국 증시에 질려서 떠났다.
기술적인 부분 등 한 기업에 관해 공부하고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면 그날부터는 내리막을 걷는다. 특히 대형주가 아니면 더 힘들다. 대형주는 그나마 미국의 영향을 받아 기대를 걸 수 있다. 미장의 경우 기술 발표나 실적발표, 전망 등에 따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변수가 적은 편이다. 공부하고 여유자금이 있다면 매수 후 보유만 하고 있어도 오름세가 장난이 아니다. 장기 보유하고 있으면 100% 이상 급등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반면 국장은 그렇지 않다. 고질적인 문제는 테마성에 있다. 이게 주식인가 싶을 정도다. 최근엔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 불확실성에도 매수세가 불을 뿜는 모습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누군가 손을 털고 나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크게 받는다.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가장 나쁜 부분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에 "장기투자는 미장, 단기투자는 국장"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국장은 위아래로 30% 가격제한폭을 두고 있지만 미장은 그런 거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리미티드 업-다운 규정이 있지만 시장 전체에 적용하는 서킷 브레이커 제도가 더 익숙할 것이다. 시장 전체적으로 변동성을 줄이는 노력이 더 큰 분위기로 종목 제한에는 관대하다. 위아래로 무한대로 오르거나 내리기에 한 번씩 피가 거꾸로 솟는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최초 미장의 매력에 빠졌던 것은 이러한 부분이었다. 반대가 되면 지옥이 될 수 있지만 오르면 주식하는 맛이 난다. 한국에선 가파르게 오르더라도 찜찜함과 불안감이 곧 엄습해 왔다. 국장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시장이다.
부족한 주주가치 제고 정책도 문제다. 미국의 경우 자사주 매입 소각이 활발하고 배당의 경우 말이 필요 없다. 안정적이고 배당 높은 종목 하나 선택 잘하면 웃음꽃이 만개한다. 한국의 주주환원율은 0.22%로 미국(2.89%)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자사주를 830조원 이상 매입했다고 한다. 이는 삼성전자를 두 번 살 금액으로 이 기간 주가는 8배 상승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고자 정부는 '기업 밸류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성에 맡기고 혜택도 특별하지 않아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어 보여주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각종 세금은 오르는데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된다면 어떨까. 벌써 투자 의욕을 떨어뜨린다.
매력적이지 않은 한국 증권시장에서 투자자 이탈은 예고됐던 일이다. 올 한 해 국내 증시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면서 동학개미들까지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투자자 이탈은 결국 상장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을 증가시키고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국장을 살리기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기업 밸류업 강화와 금융투자소득세 재논의 등 제도적 노력이 절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