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취지 충실했나…인뱅 3사에 '거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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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취지 충실했나…인뱅 3사에 '거센 비판'
  • 이지영 기자 ljy@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6월 13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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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이지영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케이뱅크)의 도입 성과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제기됐다. 금융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제공하며 편의를 제공해 왔다고 하지만, 도입 취지에 맞는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출 영역에 있어서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신용평가 대안모델도 너무 늦게 마련됐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제고했는지 등 기존 시중은행과의 차이가 없는데 특혜만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냔 주장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중간평가를 진행한 후 이를 통해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 기준을 점검하고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금융연구원은 13일 은행회관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인뱅의 그동안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며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성과를 평가하고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이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진입은 은행 모바일뱅킹 앱의 소비자 만족도를 개선시켰다"면서 "여전히 기존 은행 앱보다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먼저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제고했는지 여부에 있어서는 2023년을 기준으로 인터넷은행의 예금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고, 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이라면서 "영업초기 이들이 약속한 중금리대출 활성화와 중저신용자 신용공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들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대출 중 보증부 정책상품인 사잇돌대출을 고신용자에게 공급하는데 집중했으며 신용대출에 있어서도 고신용자 대상 영업에 치중하면서 2020년말 기준 시중은행보다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낮았기 때문이다.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는 혁신적인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하겠단 계획 역시 크게 지연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약속했던) 비금융 대안정보는 제한적으로 활용됐으며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은 설립 전 개발된 신용평가시스템을 사용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지난 2021년 인터넷전문은행을 대상으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확대하기로 발표하자 그제서야 3사의 지난 2023년 11월 말 평균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이 30.3%로 확대됐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인뱅이 은행산업의 경쟁을 촉진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른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그는 "시점상으로 볼 때 은행의 시장지배력 약화, 은행산업의 경쟁 강화는 인터넷은행의 도입보다는 기준금리 인상 및 다양한 은행권 경쟁 촉진 정책의 영향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출 시장 CE(Competition Efficiency) 지수를 분석한 결과 인터넷전문은행이 다른 은행에 비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돼서다. CE 지수란 숫자가 0에 가까울수록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한 것이고 0에서 멀어질수록 경쟁력이 없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한다.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은행별 평균 CE지수는 시중은행(6개사)가 주택담보대출 0.8, 가계신용대출 0.6, 개인사업자대출 9.1 등이었지만,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경우 주담대 1.8, 가계신용대출 2.6, 개인사업자대출 4.9 등으로 평균 CE 지수 순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타행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 연구원은 "두 차례에 걸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경과 및 성과평가를 보면 향후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시에는 차별화된 신용평가체계 구축과 구현 가능성, 대주주의 자금조달 능력과 역할, 건전성 관리 역량에 대해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진=이지영 기자]
[사진=이지영 기자]

기존 인터넷은행 3사의 기존의 설립 목적에 맞는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무조건 대출 문턱을 낮추는 것이 아닌 다양한 정보를 이용해서 중저신용자의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패널토론에서 김영일 NICE리서치센터장은 "신용정보 대출 시장에 기존에 유통된 정보 뿐 아니라 잠재적 차주의 신용을 제대로 평가받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포용금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선행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씬 파일러'(신용 활력성 정보가 비교적 빈약해 과거에 대출 계좌 개설 혹은 이용 경험이 부족한 그룹)의 규모는 1200만명이 넘는다"면서 "학생이라든지 경력 단절 여성, 고령층, 자영업자 그리고 외국인까지 이러한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그룹에 대해 제대로 신용을 평가하고 어떻게 대출을 공급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인뱅이 깊이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자체적으로 신용도 평가 체계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지적이다.

인뱅의 성과를 설립 목표 측면에서 봤을 때 역할 그 자체로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확대시켰다기보다는 다른 업권을 자극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이전에 대출 받지 못했던 포용금융의 효과를 가져온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이어졌다.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인뱅의 인가가 새로 논의될 때마다 중금리 대출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비중이 과연 바람직한 정책 지표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여 교수는 "새로운 인뱅 인가 시에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기존의 인뱅 또는 시중은행과의 다른 차별성과 함께 어떤 혁신을 추가로 가져올 수 있는지 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비대면 영업방식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비대면 방식이 금융소비자의 편의를 오히려 저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본인 인증 과정의 오류라든가 명의도용 등 비대면 특성으로 인한 불편은 물론 송금 오류, 대출 상담 부실, 금리인하요구 안내 등 기존 은행권에서 제기되는 민원의 처리 절차와 해결 과정이 길고 복잡하다"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소비자 보호 편의증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대면 영업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고령자들의 경우 안내를 받는 과정 중 본의 아니게 영업 행위 위반 사항으로까지 넘어갈 수 있어 이러한 부분에 대한 법 위반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이에 대해 그는 "비대면 영업을 중점으로 인뱅이 도입된 것이 맞지만 금융소비자 편의 고려를 위해서도 최소한 제한적인 대면 영업이 가능하도록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제한적 허용을 통한 법 개정으로 은행 대리업 등을 허용해 영엄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포용금융과 관련해서는 "인뱅의 포용금융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아예 일반은행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설립할 때부터 건전성 여건 등을 완화시키는 대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등 사회적은행, 소셜뱅크라든가 포용금융 전문은행으로 접근방식을 바꾸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정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인뱅의 역할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같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중은행과 차이가 없다면, 그냥 점포가 없는 시중은행이 하나 더 생긴 것 아닌가. 비용 절감에 이점이 있는 특혜만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특혜를 준 이유는 인뱅을 만들어서 그 투자자들이 돈을 벌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오늘 자료를 보니 인뱅이 예금금리도 낮다는 점이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게 과연 인뱅을 특별법으로 인가하고 금산분리, 은산분리 완화까지 한 결과라는 것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서 언급됐던 대안적 모델이나 비금융 정보 등을 통해서 앞으로도 원래의 목적대로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전반적인 인프라와 평가모델을 더 신경써야 할 것"이라며 "당초 설립 기준인 건전성, 경쟁성, 혁신성 등과 함께 최소한의 공공성을 시중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요구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사진=이지영 기자]
이정민 연구위원, 정우현 금감원 은행감독국장 [사진=이지영 기자]

이 자리에 참석한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국장은 "인뱅을 처음에 인가할 당시 기대보다 걱정이 많았다. 은행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서로 소통을 하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모임통장이라든가 하는 혁신적인 측면에서 성공한 부분도 있었고 모바일 상으로 주담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료할 수 있게 솔루션을 제공한 부분 등에서 인뱅은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주담대 금리나 중도상환수수료 무료 등도 금융소비자를 위한 혜택이 많았다"고 긍정적이 측면을 소개했다.

정 국장은 "다만 포용적인 측면에서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많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기존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못 받던 '씬 파일러'들을 인뱅이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을 통해 허용해주기를 기대했다. 실제로는 기존 중금리 대출 시장을 시중은행과 서로 뺏고 뺏기는 양상으로 흘러가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신용평가 프로그램의 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 외에도 기존 3사 모두 처음에 예상치 못한 자본 확충이 있었다. 제때 자본 확충을 못해서 자산 증가시키는 데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 그래서 앞으로 새로운 인뱅이 진입을 한다면 초창기 자금 조달도 중요하지만 계속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뱅이 최근 대환 플랫폼을 통한 성장이 이어졌는데 이러한 영업은 우리가 생각했던 혁신과는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 과장 역시 "인뱅의 수익성이 올라가는 것은 좋은 측면이 있지만 주담대 영역에서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지 않은 영역에서 수익을 내는 것은 본래의 취지와 부합하는지에 대해 의문점이 든다"면서 "향후에도 여러가지 이터와 신용평가 대안 모델을 위해서 필요한 기초자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만큼 계속해서 지켜볼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인뱅의 경우 비대면 심사의 제약을 뛰어넘을 정교한 모델의 구축이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소상공인을 타깃으로 한다고 하는데 기존 3사를 보면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중저신용자와 함께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도 '씬 파일러'에 속하기 때문"이라며 "사업계획성에 대해 엄정하게 평가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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