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유영 기자 | "발주처인 KT 측에서 내부 협의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해왔습니다. 기다려봐야죠"
지난 3월 쌍용건설의 2차 KT 광화문 본사 시위가 연기된 사유를 묻자 돌아오는 관계자의 대답이었다.
앞서 쌍용건설은 지난 2020년 KT 판교 신사옥 건립 공사를 사업비 약 967억원에 수주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노조 파업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결국 2022년 7월 추가 공사비 171억원을 KT에 요구했다.
쌍용건설의 1차 시위는 지난해 10월 KT 판교 신사옥에서 열렸다. 쌍용건설 측은 계약 체결 당시엔 미처 예측할 수 없었던 요소들로 인해 공사비가 이례적으로 상승했고, 원가보다 200% 이상 오른 하도급 계약 사례도 발생했다고 했다.
2차 시위 발생 전 KT 측이 쌍용건설에 협상에 필요한 추가시간을 요청했고, 쌍용건설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협상의 물꼬가 트였으면 했다.
그러나 두 달 뒤 KT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쌍용건설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계약서상 계약 후 물가가 올라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들어 한 푼도 더 줄 수 없다는 취지였다.
쌍용건설은 KT의 소 제기로 황당하고 억울한 모습이었다.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공사비 증액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등 제도안에서 나름 노력을 했고 KT의 상생협의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T의 입장은 단호했다. KT가 쌍용건설에 추가 공사비를 동의하게 되면 비슷한 사례로 갈등을 빚고 있는 타 건설사(현대건설, 롯데건설, 한신공영)에게도 똑같이 공사비 증액에 합의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송은 계약서의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있는 한 KT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를 통해 분쟁의 뇌관이 되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없애는 방향으로 업계는 점차 나아가야 한다. 건설사가 적정한 도급비용을 보장받지 못하면 하도급 체불이나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사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위해서라도 물가변동을 전체가 아닌 일정 부분이라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 특성상 계약 당시와 준공 후 시점이 2-3년 정도의 시간 간격이 있으므로 건설공사비지수에 따라 물가변동을 계약에 반영해 적정한 공사비를 책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물가상승을 반영할 시에는 공사원가를 투명하게 밝히고 공사비를 증액하는 게 바람직하다.
건설업계는 사실상 '갑'인 발주처에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대부분 설정하기 때문에 이를 거절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최근 국토부에서 개정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더욱 장려해야 한다.
표준계약서가 강제성을 띠지 않으므로 이를 이용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제도 정착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이는 준공 시점에 과도한 분쟁을 막고 공사비 갈등에 따른 사업 지연 문제도 개선될 수 있다. 덤으로 발주처와 시공사는 대립하는 상황이 있더라도 상생과 협력을 하고자하는 의지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