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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님. 그리고 백덕현 FnC코오롱 사장님. 두 분께 질문이 있습니다. 다음의 글을 읽고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발암재킷'을 판매하다 적발된 코오롱 측의 지난 16일 해명입니다.
"코오롱스포츠 브랜드 제품은 아니며 홈쇼핑 전용 제품인 액티브 브랜드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노련하신 두 분께서는 '아차' 싶으셨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경솔한 세치혀를 탓해야죠.
네. 그렇습니다. 앞선 문장의 불편한 함의는 '서민들이 입는 저렴한 가격의 옷만 싸구려 발암물질 원단으로 만들어졌다'입니다. 한발 더 나가면 '우리가 자랑하는 고가의 의류는 재질이나 성능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입니다.
기자이기 이전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써, 망설임 없이 육두문자가 튀어나왔습니다. 이런 반응이 비단 저뿐이었겠습니까.
연상해 보세요. TV 홈쇼핑에서 액티브 재킷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쇼호스트들은 '액티브'가 아닌 '코오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코오롱에서 만든 것이다. 그래서 믿을 만 하다"는 식으로 말이죠. 고민을 거듭하다 사랑하는 내 가족, 내 친구를 위해 구입합니다. 코오롱은 유명한 회사라 신뢰가 갔으니까요. 당연히 쇼호스트들은 그걸 유도한 거고요.
소비자들은 액티브가 아닌 코오롱을 구매했다는 얘깁니다. 홈쇼핑 역시 코오롱을 판매한 것이죠. 지난 홈쇼핑 방송을 한번 보세요. "난 모르겠다"고 잡아떼긴 힘드실 겁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옷이 발암물질 범벅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분노가 아니라 광분해도 모자랄 판이죠. 공감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서민들은 단돈 1만원을 쓰는 것도 신중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도 코오롱이 내놓고 있는 수습책은 비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당연한 수순인 전액환불 외에 사실상 아무것도 없어요. 이 회장님과 백 사장님은 전혀 모르는 일이시죠? 부하직원 몇 명이 다급한 마음에 '후다닥' 결정한 아둔한 실수일 뿐이죠? 그렇길 바랍니다. 설마 대한민국 의류업계를 이끌어가는 두분 CEO가 이렇게 질 낮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국제적 망신인 것 같아서요.
홈쇼핑에만 3000벌 이상이 판매됐다고 합니다. 수익은 물론 그에 따르는 기회비용까지 독식했으니 코오롱은 금전적으로 이득을 보지 않았겠습니까. 전부 뱉어내고 더 뱉어내는 성의를 보여야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그나마 달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떻게든 남은 겨울 장사 잘하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되지만. 진심을 담은 보상을 뒤로한 채 코오롱과 액티브를 분리 시키는데 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면. 코오롱의 미래는 너무나 불투명해지지 않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어려서부터 코오롱 제품들을 친숙하게 접해왔습니다. 친척 중에 코오롱에서 오래 근무한 분이 계셔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지금 집에서 입는 운동복도 코오롱에서 만든 '헤드' 제품이네요. 발암물질과 무관한 제품이겠지만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를 구입하지 않은 제 자신이 원망스럽네요.
액티브가 아니더라도 이젠 이 운동복은 밖에 입고 나가지 못하게 생겼습니다. 사람들이 "야. 그거 코오롱에서 만든 것 아냐? 입어도 안전해?"라고 물으면 "이건 발암물질과 무관해"라고 답변하는데 낭비되는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말이죠.
이 회장님과 백 사장님께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논란이 된 제품을 환불하기만 하면 조용히 마무리 될 것으로 보시나요? 책임의 범위와 한계를 분명히 짚을 수 있는 문제라고 확신하시나요?
글쎄요. 기자인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