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 택한 KT&G…방경만 사장 후보, 주총 '무사통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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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 택한 KT&G…방경만 사장 후보, 주총 '무사통과'할까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2월 27일 0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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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복인 체제에서 '2인자' 역할 담당…'내부 세습' 비판 불거져
FCP 반발에 경찰 수사까지 '시끌'…국민연금, 선택 '예의주시'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KT&G가 9년 만에 맞이하는 새 사장후보 인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차기 사장 후보에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낙점하면서 '순혈주의'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특히 백복인 현 KT&G 사장이 4연임을 포기하며 물러섰지만, 그의 최측근 인사가 차기 사장 후보로 올라서면서 사실상 '내부 세습'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2일 오후 2차 숏리스트 4인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차기 사장 후보로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선정했다. 

방경만 사장 후보는 다음달말 개최 예정인 정기주주총회 전체 주주의 총의를 반영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이 결정된다.

방 사장 후보는 사추위로부터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어 최적의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1998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공채로 입사한 후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해왔다. 

특히 브랜드실장 재임 당시 출시한 '에쎄 체인지'는 현재 국내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로, 국내시장 점유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본부장 재임 시에는 해외시장별 맞춤형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진출 국가 수를 40여 개 국가에서 100여개 국가로 확대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사상 최초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 창출을 주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방 사장 후보 선정을 두고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그는 백복인 사장 체제에서 유일한 수석부사장으로,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해왔다. 또 백 사장과 함께 이사회 사내이사 2명 중 1명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일찌감치 사장 후보가 될 것으로 점쳐졌다. 

게다가 지배구조위원회-사추위-주주총회 승인 3단계 프로세스를 갖췄다고 하나, 두 위원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들이 모두 백 사장 임기 내 선임된 인사들이어서 그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때문에 KT&G의 이번 차기 사장 선임 절차가 '요식행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KT&G 지분 약 1%를 보유하고 있는 행동주의펀드 'FCP(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는 지난해 차기 사장 선임 절차 초기부터 '철밥통 카르텔'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 사장의 최측근인 방 사장 후보가 사장직에 오른다면 '3대 세습'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KT&G의 3대주주인 국민연금에 다음 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방 사장 후보의 사장 선임에 반대해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상황은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2년 소유분산기업에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고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은 CEO 선임 과정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에는 KT와 포스코 CEO 선임 과정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사장 인선은 내부 프로세스를 갖추고 외부 인선 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절차상 공평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국민연금도 KT, 포스코와 다르게 KT&G 선임 절차에서 어떠한 코멘트도 남기지 않았는데, 이는 절차적 문제가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KT&G가 사외이사의 외유성 해외출장, 정치인 쪼개기 후원 의혹 등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도 최종 사장 선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 사장 후보 역시 정식 수사 대상에 포함된 상황이다.

이러한 논란과 관련해 KT&G 관계자는 "KT&G는 해외 판매 비중이 약 60%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해외 사업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회사는 사외이사에게 규정에 따라 관련 업무 수행을 지원하고 있다"며 "해외 생산시설 방문, 해외시장 고찰 및 사업 현황 파악 등 업무상 필요한 경우 연 1회, 7일 이내로 출장을 다녀왔으며 회당 비용은 항공료를 제외하고 1인 평균 68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회사의 위법행위는 없었다"며 "이와 관련해 향후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회사는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T&G가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사장 후보에 올린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다만 FCP가 강경한 태도로 나오고 있는데다, 여러 논란이 불거진 만큼 국민연금이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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