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결산-유통①] 가격 인상·철회 '시끌'…바람 잘 날 없었던 식품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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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결산-유통①] 가격 인상·철회 '시끌'…바람 잘 날 없었던 식품업계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3년 12월 27일 0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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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물가안정 압박 강화…식품가, 인상 계획 철회
유업계는 가격 인상 불가피…슈링크플레이션 부작용도
일본 오염수·아스파탐·칭다오 맥주…먹거리 안전 공포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2023년 식품업계는 경기침체 장기화와 고물가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정부가 물가안정의 고삐를 바짝 죄면서 업계는 더욱 몸을 사려야 했다. 실제로 가격 인상 계획을 줄줄이 철회하고 나선 기업도 있었다. 물가안정 압박이 거세지면서 슈링크플레이션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 원재료값, 인건비 등 가격 인상 요인을 부담하고 있다는 식품업계와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줄다리기는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둔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올려야 하는데…' 정부 눈치에 가격 인상 철회하는 식품사
올해 초에는 지난해에 이어 '가격 인상' 기조가 업계를 주도했다. 과자, 아이스크림을 비롯해 햄버거, 치킨 등 외식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 6월을 기점으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방송에 출연해 "국제 밀 가격 인하를 감안해 라면값을 내렸으면 좋겠다"며 라면업계를 지목하고 나선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발언 직후 농심을 시작으로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등 주요 4사 모두 5% 안팎의 가격 인하에 나섰다. 여기에 SPC, 롯데웰푸드, 해태 등 제과·제빵업체들까지 동참하며 가격 인하 움직임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이어 정부는 식품기업들을 일일히 방문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물가안정 동참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가격 인상을 공지했던 CJ제일제당, 오뚜기, 풀무원 등은 계획을 철회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물가안정 동참 요구가 향후 가격 폭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 원윳값 인상이 불러온 '밀크플레이션'
낙농진흥회는 지난 7월 음용유는 리터당 88원, 가공유는 87원 인상하고, 이를 10월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의 원윳값 인상안을 발표했다. 

원윳값이 오르자 유업계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서울우유는 10월부터 흰우유 '나100%' 1리터 출고가를 대형마트 기준 3% 올렸다. 남양유업은 '맛있는우유GT' 900ml 출고가를 4.6% 인상했다. 매일유업은 흰 우유 제품 가격을 4~6%, 발효유·치즈 등 제품은 6~9% 올렸다. 

흰 우유 뿐만 아니라 우유를 원료로 한 가공우유, 아이스크림 등의 제품 가격도 잇달아 올랐다. 빙그레 투게더 아이스크림은 대형 할인점 기준 8.3%, 편의점 기준 8.9% 올랐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편의점 가격은 5.9%, 남양유업 초코에몽은 12.5% 인상됐다.

◆ '슈링크플레이션' 꼼수 가격 인상도 등장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이 거세지면서 식품업계에서는 가격 인상 대신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도 나타났다. 이를 통해 '꼼수'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리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9개 품목 37개 상품 용량이 실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바프(HBAF)의 허니버터 아몬드, CJ제일제당 백설 그릴비엔나, 서울우유협동조합 체다치즈 등 상품들이 최고 7.7%에서 최대 12.5%까지 용량을 줄였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 근절 방안을 내놓았다. 앞으로는 용량 축소 등 제품 정보가 변경될 경우, 해당 사실을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포장지나 제조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지하게끔 의무화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대규모 점포의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단위가격 표시의무 제도의 대상 품목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 원전 오염수 방류·아스파탐 먹거리 공포 확산
지난 6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1차 방류를 결정하자, 불안함을 느낀 소비자들이 소금을 사들이면서 '품절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대상 식품몰에서는 소금 품귀현상이 일어났고 오픈마켓쿠팡에서는 '청정원 천일염 가는소금 1kg 정가가 602%까지 뛰었다. 6월 1일부터 14일까지 이마트에서는 천일염 매출이 118.5% 상승했다. 

이어 7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2B군)로 분류하면서 또 한번 먹거리 불안이 확산됐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단맛이 200배 가량 강한 인공감미료로, 제로콜라·과자·막걸리 등에 주로 사용된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적정량 섭취 시 인체에 무해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지만, 식품업체들은 아스파탐 대체할 새 감미료 찾기에 나서고 있다. CU는 아스파탐을 넣지 않은 막걸리 '백걸리'를 출시했고, 지평주조는 '지평생막걸리'를 리뉴얼하면서 아스파탐 대신 수크랄로스를 감미료로 사용했다.

◆ 양꼬치엔 칭다오의 추락…소변 맥주 논란
중국 맥주 브랜드 '칭다오'는 지난 10월 '위생 논란'이 불거졌다. 한 남성이 맥주 생산공장에서 맥아에 소변을 보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수입사 비어케이는 "칭다오 맥주 본사에 확인한 결과, 칭다오 맥주는 내수용과 수출용을 분리해 별도의 공장에서 제조하고 있으며, 제3공장은 내수용 맥주만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현재 비어케이가 수입하고 있는 칭다오 전 제품은 해당 공장과는 무관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비어케이는 "수입한 제품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 출고 전 단계에 있는 모든 제품에 대한 정밀검사를 의뢰하겠다"며 "절차에 따라 식약처에서 지정한 식품위생 검사기관에서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추가 입장문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비어케이는 지난달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매출 급감의 여파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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