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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자사 하우젠 버블 드럼세탁기에 대한 잇단 기술결함 논란으로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해외 유력 언론으로부터 품질 혹평을 받은데 이어 버블세탁기의 불완전한 헹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에서도 국내 최대 860리터의 출시를 LG전자에게 내주고 제품에 품질에 대한 불만까지 쇄도 하고 있어 연달아 체면을 구기는 모양새다.
◆ "버블세탁기로 세탁한 옷 끈끈해서 찝찝"
올해 초 결혼 혼수로 삼성 하우젠 버블에코를 구입한 A씨는 샤워 후 수건을 사용할 때마다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수건의 촉감이 '끈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A씨는 급기야 세탁이 완료된 수건을 찬물에 헹궈보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하얀 거품이 일면서 깨끗했던 물이 순식간에 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던 것.
최근 들어 심화된 가려움 증을 동반한 피부트러블이 세탁기 때문은 아닐까 염려된 A씨는 A/S 기사를 불러 제품을 확인해 봤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문제없는 정상 제품"이라는 답변뿐이었다.
A씨는 "세제의 양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권장량의 절반이 안 되는 세제를 사용해도 똑같이 헹굼이 잘 되지 않은 상태로 세탁이 완료된다"며 "사용할 때마다 헹굼을 추가하거나 다시 손으로 헹궈야 하는데 그럴 거면 누가 세탁기를 사서 쓰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버블에코 드럼세탁기는 물에 잘 씻기는 버블을 풍성하게 먼저 낸 후 세탁하는 방식의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버블세탁기를 두고 버블로 세탁함으로써 옷감의 상함 없이 세탁력이 높고 헹굼도 쉽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상에서는 버블에코의 '헹굼' 메뉴를 두고 "세탁이 완료된 세탁물에서도 흰 거품이 올라온다", "마지막 헹굼 물도 하얀 물이 나와 꼭 헹굼을 추가 하게 된다"는 불편 사례를 손 쉽게 접할 수 있다. 유사 피해 사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특히 이 제품은 최근 네덜란드 소비자 잡지 컨수멘텐본드(Consum mentenbond)가 혹평을 쏟아낸 삼성 '에코버블'과 같은 제품으로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컨수멘텐본드는 삼성 에코버블에 대해 "세탁성능이 떨어지고, 세탁 온도를 40℃로 설정해도 31℃까지만 가열되는 등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잡지는 "에코 버블 세탁기의 헹굼 성능도 극히 떨어진다"며 "횟수는 2번뿐이며 시간도 매우 짧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소비자잡지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도 지난해 9월호에서 삼성 버블세탁기에 대해 "버블 기능이 일반 세탁기와 별 차이가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해외 언론의 연이은 혹평이 국내 소비자들에게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들과 일맥상통하고 있어 버블 세탁기에 기술적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컨수멘텐본드의 평가에 대해 "재시험 결과 40℃ 세탁 코스는 37℃까지 온도가 올랐고 5℃는 오차범위 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으나 헹굼에 대한 내용은 쏙 빠진 상태로 의혹을 키웠다.
◆ 해외언론 줄줄이 혹평에도 "소비자가 세제 많이 사용했을 것" 변명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버블세탁기는 기존세탁기와 동일한 헹굼횟수, 시간을 가지고 있으며 청정헹굼 기능까지 추가돼 있어 기술적 결함은 없다고 판단된다"며 "오히려 세제가 잘 작용할 수 있도록 효율을 높인 세탁기술로 세제가 뭉쳐 옷감에 남는 문제를 없앤 기술"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사용자가 세제를 많이 사용했거나 세탁기 헹굼횟수를 줄이는 경우 일부 헹굼이 안 되거나 덜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소비자 사용 상 과실로 넘겼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삼성 하우젠 버블드럼세탁기에 대한 불안감이 감지됐다.
주부 진모씨는 "아이들이 아토피가 있어서 유기농 자연 세제를 사용하는데 그마저도 세탁기가 제대로 헹구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라며 "불안해서 헹굼을 2번 더 추가해 사용하고 있는데도 문제없다고만 하는 삼성을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회사원 이모씨는 "헹굼 기능에 대한 불만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나오고 있는데 삼성은 변명하기 바쁜 것 같다"며 "세제가 그대로 남은 옷을 세탁했다고 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대규모 리콜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지펠 냉장고 역시 원인불명의 누수현상, 냉각기 불량 등 크고 작은 제품 결함 불만이 쇄도하고 있어 백색가전 분야에서 세계 1위 목표가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용량인 860리터 냉장고 첫 출시를 LG전자에게 내 준 바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