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비 벌기 보다는 팁이 더 짭짤해요"
상태바
"알바비 벌기 보다는 팁이 더 짭짤해요"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10월 18일 08시 12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섹시호프집' '88만원세대' 여대생 유혹… 남자 손님 장사진
   
 

지난 12일 오후 10시경 서울 강남역 인근. 기자는 지인의 소개로 해당 지역 남성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가 좋다는 일명 '섹시호프집'을 찾았다.

미국 외식프랜차이즈 업체인 '후터스'의 한국판이다. 2007년 국내시장에 진출한 후터스는 여종업원들에게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티셔츠와 초미니 반바지를 입혀 '섹시 콘셉트 레스토랑'을 표방하고 있다. 같은 시스템으로 무장한 주점들이 시장에 우후죽순식으로 들어서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기자가 찾은 곳도 그 중 하나다.

매장안으로 들어서자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만원이었으나 손님의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궁금증은 홀서빙을 하는 여자 아르바이트(알바)생들의 의상을 본 직후 사라졌다.

엉덩이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짧은 반바지에 민소매티셔츠 차림이 그곳의 유니폼이었다. 밝지 않은 실내 조명에서도 알바생들 개개인의 짙은 화장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각적으로 '야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알바생 A씨가 메뉴판을 내밀었다. 마른안주는 2만원대, 과일안주는 4~5만원대로 가격이 책정돼 있었다. 동네 호프집과 비교하면 월등히 비싼 금액이다.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주문한 기자의 눈에 A씨가 어깨에 메고 있는 가로세로 각각 20cm짜리 앙증맞은 가방이 들어왔다. 다른 알바생들도 비슷한 디자인의 가방을 메고 있었다. 손님들이 주는 '팁'을 넣는 용도였다.

"한 시간에 한번씩 앞쪽에 마련된 무대에서 알바생들이 춤을 춰요. 일종의 이벤트죠. 끝나면 술이 오른 손님들이 자기 테이블 담당 알바생들에게 팁을 줄 때가 있는데 그걸 넣기 위해……"

A씨의 설명이었다.

기자가 머무르는 동안에도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알바생들에게 건네는 손님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포착됐다.

주문한 음식을 서빙한 A씨는 직후 테이블 옆에 쪼그리고 앉아 생글생글 웃으며 말동무 역할을 자처했다. 음식을 집어먹기도 했다. 손님과 편한 관계를 설정, 단골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비쳐졌다.

알바와 관련한 구체적인 물음에 A씨는 "처음 오시는 손님들은 다들 궁금해 하신다"며 대수롭지 않게 응대했다.

"시간당 7000~8000원 정도 받아요. 물론 일을 오래하거나 잘해서 더 받는 알바생들도 있구요. 친구 소개로 휴학중 등록금 벌려고 뛰어들었어요. 친구들 중에 몇몇이 저처럼 이 일을 해요. 알바비도 알바비지만 그보다는 들어오는 팁이 짭짤할 때가 많아요. 수표도 받아 봤어요."

편의점이나 옷가게, 대형마트 등에서 하는 다른 알바도 생각했지만 상대적으로 돈이 더 잘 벌려 이 곳을 택했다는 부연이다. '88만원세대'에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만든 달갑지 않은 풍경이다.

"가끔 술을 과하게 드신 손님들이 엉덩이나 어깨 같은데 터치를 할 때가 있어요. 대부분 웃으면서 잘 넘기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가게 오빠들이 나서서 해결할 때도 있어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그런 일이 생기면 당장이라도 때려 치고 싶고……"

기자는 1시간30분 정도 더 머무른 뒤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어떻게 알았는지 어디선가 잽싸게 접근한 A씨는 "다음에 또 놀러오라"며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곤 돌아섰다.

직후 다른 테이블로 옮긴 A씨는 습관처럼 또 다시 쪼그리고 앉았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