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뚝심' 김승연…한화, 대우조선 품고 글로벌 방산 메이저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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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뚝심' 김승연…한화, 대우조선 품고 글로벌 방산 메이저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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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방위산업기업의 키워드가 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14년 만에 달성하는 '뚝심'을 보였다. 당초 대우조선해양의 분리매각설이 유력했던 상황에서 방산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한화의 결단으로 통매각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이제 한화는 메이저 방산기업으로 나아감과 동시에 재계 서열에서도 포스코와 맞먹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6일 대우조선해양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 대우조선해양의 전략적 투자유치 절차를 개시했으며, 그 첫걸음으로 대우조선해양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에 2조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49.3%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고, 산업은행은 원활한 투자 유치와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채권단과 함께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한화그룹은 방위산업과 친환경에너지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핵심역량을 글로벌 톱-티어인 대우조선의 설계·생산 능력과 결합해 회사의 조기 흑자전환은 물론, 방산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성장하겠다는 포석이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거래가 이뤄지면 방산 및 제조, 기계, 수주, 체계종합 등 사업 성격이 유사하고 최근 사업호조로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원과 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기반으로 그룹의 신성장동력에 투자하고 있는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원 및 한화에너지의 자회사 3곳(에스아이티‧한화에너지싱가폴‧한화에너지일본) 1000억원 등 모두 6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투자사들은 상세 실사 뒤에 공정한 경쟁을 거쳐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 올해 11월말께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의 변수는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과의 투자합의서 체결 이후 한화그룹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른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경쟁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한화그룹을 제외하고는 덩치가 큰 대우조선해양의 통매각에 나설 기업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의 새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방산과 상선 부문 분리매각설이 힘을 얻는 분위기였으나 여러 방안을 검토한 끝에 이날 오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간 긴급 산업·경제장관회의를 통해 한화그룹을 대상으로 한 통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방산과 상선 부문을 분리매각한다는 설이 오가기도 했으나 이는 해외 기업에 기술이 유출될 위험 등으로 인한 노조와 조선업계의 반대가 컸다"면서 "정부 당국과 산은 측도 이에 대한 부담으로 한화에 통매각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화그룹은 앞서 지난 2008년 한화석유화학(現한화솔루션), 한화, 한화건설 등 한화그룹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조선해양을 6조3000억원에 인수하려 했으나 최종 결렬된 바 있어 14년 만에 숙원을 이룬 셈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애널리스트 간담회와 IR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인수배경은 '안보와 에너지'로 한화그룹이 추구하는 전략 방향이라고 분석했다.

이동헌 신한금융투자 부부장은 "안보면에서는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방산사업을 확대하며 방산회사로의 전환을 위해 지배구조 재편계획을 밝힌 바 있다"면서 같은 관점에서 언론 상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방산사업부 분리 매각 및 인수에 대한 추측성 전망이 거론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방산사업 관련 해양에서 우주까지 전 영역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라면서 "한화시스템의 경우 국내 유일 함정전투체계(CMS) 전문 업체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향후 저궤도위성과 저궤도위성통신 안테나 관련 해상 인터넷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부부장은 "에너지 부문에서는 그린 에너지 밸류 체인 관점에서 LNG 시장의 성장, 수소‧암모니아 생산-운송-발전‧저장 수직계열화, 해상풍력 플랜트-해상풍력 발전-그린수소‧암모니아 등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토탈 방산·그린에너지 메이저 기업 도약.
토탈 방산·그린에너지 메이저 기업 도약.

한화그룹 측도 이번 인수를 추진한 이유에 대해 유사한 설명을 했다. '빅 사이클' 초입에 진입한 조선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그룹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인 위기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주요국의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통합 방산 생산능력과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화디펜스와 11월 합병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양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 인수로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아울러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방산제품인 3000톤급 잠수함 및 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대우조선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확보한 미래 방산 기술을 민간상선에 적용할 수도 있다.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CMS)를 대한민국 해군 함정에 사실상 100% 공급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이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되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 개발역량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잠수함에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탑재한 한화디펜스의 기술을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친환경 선박에 적용할 수도 있다.

한화그룹 측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이슈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시점에서 대우조선의 조선, 해양 기술을 통해 '글로벌 그린에너지 메이저'로 확고히 자리 잡을 계획"이라며 "특히 에너지 전환의 '브릿지 기술'로 평가 받으면서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도 대우조선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화그룹이 이미 LNG를 미국에서 수입해 통영에코파워가 발전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고, 대우조선의 LNG해상 생산 기술(FLNG)과 운반(LNG운반선), 연안에서 재기화 설비(FSRU)까지 더해지면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LNG시장에서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 및 발전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 발전기술, ㈜한화의 에너지 저장수단으로서의 암모니아 사업 등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운송사업과 연결하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그룹사의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우조선해양이 경쟁력을 갖춘 해상풍력설치선(WTIV)을 활용해 한화솔루션은 미국과 유럽에서, 한화건설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해상풍력 발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이미 저가로 수주한 물량을 상당부분 해소하고, 자산가치 재평가를 통해 부실을 해소한 대우조선해양은 향후 3년 반~4년간 일감인 288억달러(약 41조원)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주요한 이유가 됐다. 아울러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이같은 배경에서 한화그룹의 방산 수출 확대와 해상 풍력 진출, 친환경에너지 운송 시장 확대 등 새로운 사업이 추가되면 조기에 '턴 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한화그룹이 이변 없이 인수를 마무리하면 재계 서열도 올라간다.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한화그룹의 자산총액은 80조4000억원으로 재계 서열 7위였으나 대우조선해양의 자산총액(11조4000억원)을 합치면 91조8000원이 돼 6위 포스코그룹(96조3000억원)을 위협하는 수준이 된다. 향후 인수 시너지 효과가 계열사로 퍼지면 자산총액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김승연 회장이 적극적으로 그룹의 미래 방향을 설정하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글로벌 메이저 방산업체라는 숙원도 함께 이뤄질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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