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김하은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이 없는 오는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번째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물가 안정을 위해 또 다시 자이언트 스텝 단행을 시사한 것이다. 파월 의장이 이번에 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의견을 내놓고 강한 금리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한은의 통화정책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공격적인 금리정책을 강조한 만큼 금융권 안팎에서는 연준이 또 한 번의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CPI)가 8.5%로 떨어지며 물가 정점이 지났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연준은 단 한 번의 월간 지표 개선만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며 또 한 번의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기서 큰 폭의 이례적인 금리 인상은 자이언트 스텝을 의미한다. 앞서 연준은 미 CPI가 9.1%를 기록하자 6월과 7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인상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의 주장대로라면 9월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 단행은 기정사실화 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과 한국 간 금리 차이는 0.75%포인트로 확대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0.75%포인트 높은 것은 2019년 10월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한은 금통위가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2.50%로 같아졌으나, 연준의 금리정책 기조대로라면 한미 간 금리 역전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이 이처럼 물가상승률을 이유로 강한 금리정책과 더불어 긴축정책을 이어간다면 한은도 연준의 금리 속도에 맞춘 금리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게 적절하다면서도 "한은은 연준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 하다"며 빅 스텝(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 단행 가능성을 염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달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도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다만 기존처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국내의 물가 사정상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예상치 못한 시장의 충격이 발생할 경우에 한 해 빅 스텝을 고려한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미 연준이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한은도 또 한 번의 빅 스텝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외신 기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이 꺾일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며 "한국의 상황이 미국이나 유럽과 같지는 않지만 모두 인플레이션을 계속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는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금리정책에 발 맞춘 한은의 금리 인상이 결국 경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금리 상승은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스태그플레이션 경험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오는 10월 금리 인상 이후 11월은 인상을 쉴 수 있겠지만,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23년에도 금리 인상 단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