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역 이름 쇼핑' 열 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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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역 이름 쇼핑' 열 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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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하은 기자] 최근 주요 금융사들이 부역명(역 이름에 본 역명 외에 별개의 역명을 괄호 안에 넣는 것) 선점 경쟁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일각에선 '부역명 하나 쯤은 갖고 있어야 국내 주요 금융사 반열에 오른 것'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금융사들의 역명 쇼핑은 현재진행형이다. 

통상 부역명 사업 계약기간은 3년으로, 1회 연장이 가능하다.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언제든지 역명주인이 바뀔 가능성이 농후해 앞으로도 금융사간 역명 선점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9일 우리은행이 서울 관광 메카인 4호선 명동역 부역명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면서 '우리금융타운역'이라는 이름이 이르면 오는 9월부터 각종 안내 표지는 물론, 안내방송 등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우리종합금융,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 명동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우리금융그룹 임직원 수만 3000명이 넘어 역명 주인에 제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은행 역시 같은날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의 새 주인으로 선정되면서 오는 10월부터 을지로입구역은 '하나은행역'으로 역명 병기해 운영된다. 을지로입구 1.2번 출구는 하나은행 본점과 연결돼 있으며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 내에는 하나카드, 하나생명,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펀드서비스, 하나에프앤아이등 관계사들이 입주해 있어 하나은행이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을지로입구역의 경우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밀집돼 있는 곳으로, 연간 승하차 인원만 2200만명이 넘는다. '금융 중심가'라는 지리적 요건을 갖춘 을지로입구역의 역명 입찰에 다수 금융사들이 눈독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힙지로'라는 별명으로 불릴만큼 '핫플레이스'로 거듭나면서 M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인지도 향상 효과까지 누리는 장점도 있다.

실제 지난 2016년부터 을지로입구역의 주인이었던 IBK기업은행은 이번 입찰에서 하나은행과 치열한 경쟁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금융사 외에도 국내 주요 금융사인 KB금융그룹의 경우 2020년 서울시 메트로 9호선과 '샛강역 역명유상병기 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샛강역에 'KB금융타운'이라는 부역명을 사용하고 있다. KB금융은 샛강역 근처에 KB금융그룹의 사옥이 완공된 점, 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부역명을 통해 '랜드마크화'하고 싶은 포부를 내비친 바 있다. 

신한카드도 올해 1월 부역명 대열에 합류했다. 신한카드는 '을지로3가역 역명 유상 병기 사용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액은 무려 8억7400만원으로 역대 계약금 중에서 가장 크다. 신한카드 또한 부역명을 통해 을지로 3가 일대를 랜드마크화하겠다고 밝혔다. 1호선 종각역은 SC제일은행, 2·5호선 을지로4가역은 BC카드가 부역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금융권에서 부역명을 계약하는 배경으로는 브랜드 인지도 상승 목적이 가장 크다. 부역명을 사들여서라도 인지도를 높여 고객 유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의 경우 종각역에 부역명을 병기한 이후 자체 조사 결과 브랜드 인지도가 3%가량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다. 

다만 브랜드 인지도 상승 효과만큼 부역명 낙찰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역마다 유동인구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수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공공자산 처분시스템 온비드 자료를 통해 살펴보면 하나은행은 이번 을지로입구역을 8억원에 낙찰받았다. 이전 주인이었던 IBK기업은행은 첫 계약 당시 3억8100만원에 낙찰받은 뒤 한 차례 연장했을 땐 4억3000만원을 추가 지불했다. 이번에 하나은행이 거의 2배에 달하는 가격을 제시하며 을지로입구역 부역명을 따낸 셈이다.

또 우리은행이 선점한 명동역은 6억5466만원, 애큐온저축은행과 역명이 병기되는 선릉역은 7억5100만원에 낙찰됐다.

거액의 비용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부역명 경쟁에 나서는 것은 ​투자금액 이상의 홍보 효과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제고까지 가능한 일석이조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의 경우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대중교통 수단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노출 시 가장 쉽고 폭넓은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회사 이름이 서울 도심의 주요 역으로 인식될 경우 고객 유치는 물론 신뢰감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동인구 많은 역에서 부역명이 다수의 뇌리에 각인되면 금융사 입장에선 최적의 브랜드 마케팅이라고 본다"며 "부역명이 단지 상징적인 개념을 벗어나 금융권 중심가 회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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