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김하은 기자] 카카오뱅크에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으로는 두 번째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케이뱅크가 증시 악재에 맞닥뜨리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올 들어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는 크게 개선됐으나 글로벌금융시장 변동성과 가상화폐 약세, IPO 시장 침체 등으로 기업가치 제고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긴축이 지속되면서 유동성이 증시를 이탈해 안전자산으로 몰리자 IPO 불황이 본격화되고 있다.
투자업계(IB)가 공개한 상반기 신규 IPO 건수는 전년 동기 3분의 1 수준인 46건에 불과했다. 이중 코스피에 입성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 단 1곳이었다.
케이뱅크 역시 이달 중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 후 9월께 심사 통과를 거쳐 올해 증시 입성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다소 지체되는 모양새다.
이처럼 케이뱅크 상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글로벌 증시 약세에 따라 급격히 위축된 투자심리다. 지난 24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종가 2366.60로 거래되며 2400선이 붕괴됐다.
케이뱅크보다 먼저 증시에 데뷔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8월 18일 장중 9만44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지난 28일 종가 기준 3만3750원까지 내려오면서 공모가 3만9000원보다도 턱없이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IPO 시장이 얼어붙자 상장을 계획하던 기업들도 상장을 철회하거나 속속 공모가격을 낮추고 있다. 토스뱅크의 경우에도 증시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감안해 당초 상장 예정시기였던 2023년에서 2~3년가량 연기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케이뱅크의 IPO에는 기대와 우려섞인 반응이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는 IPO를 통해 투자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증시 불황으로 공모가를 높게 형성할수 없는 만큼 예상보다 흥행이 저조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카카오뱅크 상장 당시보다 증시가 어려워 공모가를 높게 산정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공모가를 낮춰 상장에 돌입하면 기업이 목표로 삼았던 수준의 투자자금을 끌어 모을 수 없어 상장을 하더라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청약에 성공한다 해도 부정적인 시장 상황으로 주가가 하향 곡선을 타게 될 공산이 크다.
가상화폐 시장 약세도 IPO 연기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수신고 성장과정에서 업비트 제휴효과를 누린 케이뱅크 입장으로선 시장 약세가 지속되는 현 상황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고점 대비 70% 이상 급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상승분을 모두 잃은 상태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28일 기준 2704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8일 8140만3000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5000여만원가량이 증발한 것이다.
현재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제휴를 맺어 실명계좌를 지원 중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전체 예수금 11조5400억원 중 업비트에 예치된 금액은 5조5617억원으로 집계됐다.
업비트가 외형성장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시장 악화 시 뱅크런 우려도 있어 되레 케이뱅크의 외형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에 투자한 고객들이 시장 불황 여파로 가상화폐를 팔고 예금을 인출한다면 업비트에 예치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위험성이 있다. 결국 가상화페 시장이 불황을 맞으면서 케이뱅크의 업비트 제휴 효과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케이뱅크의 빠른 실적 성장에 따라 IPO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4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16%(367억원) 증가했고 순이자마진(NIM)도 2.34%로 0.85%포인트 오르는 등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총여신은 7조807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0.93%(3조9768억원) 급증했으며 총수신은 11조544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4.48%(2조80268)억원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탄력적으로 IPO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일정 등을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