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일본 총리가 2011년 9월 6일 대만 타이베이의 한 호텔에서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2205/500734_402708_5057.jpg)
[컨슈머타임스 곽호성 기자] 코로나19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세계 경제 흐름이 변하고 있다. 현재 동북아에선 대만 경제는 강해지고 일본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다르게 경제 대외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수출을 많이 해야 번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 경제는 힘든 상황에 몰려 있다. 환율이 불안하고 전 세계에서 인플레이션과 보호무역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와중에도 대만 경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과 경제계에선 우리 정부가 정치‧경제‧외교를 포괄하는 국가전략을 만들어서 지금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대만 경제가 약진하고 있다. 지난 5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4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예측을 인용해 올해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6000달러일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대만은 3.3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2021년 성장률은 6.45%였다. 당시 한국 성장률은 4.0%였다.
대만 경제가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다. 대만은 반도체 산업의 강자다. 지난해부터 반도체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일단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주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IT기기 수요가 크게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반도체가 귀해졌다. 반도체 업체들이 IT기기에 들어갈 반도체 생산을 늘리고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줄이다보니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도 나타났다.
대만 산업의 경우 반도체만 강한 것이 아니다. IT산업이 전반적으로 강하고 금융업도 강하다. 한국에도 진출해있는 푸본금융그룹, 유안타금융그룹 등의 금융사들이 있다. 화교들이 갖고 있는 경제력이 대만 금융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버블 붕괴 이후 오랫동안 부진했던 일본도 달라지고 있다. 30일 로이터통신은 18일부터 27일 사이 애널리스트 36명에게 설문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들은 일본 경제가 2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응답자 중 70%는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락하긴 했지만 일본 경제가 2분기에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말 수준으로 회복될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은 여전히 세계 3위 경제대국이며 특히 미래 성장산업인 로봇산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용 로봇시장의 주요 기업은 일본의 화낙과 야스카와전기, 독일의 쿠카, 스위스의 ABB 로보틱스다. 세계 1위 산업용 로봇 기업은 화낙이다.
일본에선 로봇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하는 것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AI 로봇 음식점인 'AI 스케이프'가 도쿄에 개점했다. 일본 기업 산리오는 NTT 동일본과 같이 헬로키티 로봇을 만들었다. 인공지능(AI)이 헬로키티 목소리를 내며 손님을 맞는다.

로봇산업에서도 중요한 것이 반도체다.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은 미국‧대만과 손을 잡고 있다.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을 강화했으며 대만 TSMC 공장을 자국에 세우게 했다.
또 일본 정부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자국 기업 '기옥시아'를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옥시아는 욧카이치 공장 신축에 들어간 자금 1조 엔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4위 기업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같이 냈다.
대만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한국과 다르게 대만은 일본과의 관계가 그리 나쁘지 않다. 일본과 대만은 함께 중국이란 강력한 적을 견제하고 한국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굳히려 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의 공통점은 미국과의 동맹을 자국의 경제발전에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옥남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장은 대만의 경제전략에 대해 "대만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및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 지원했다. 더불어 미국과의 자유주의 동맹을 공고히 한 결과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의 미국 기술 빼내기에 대한 중국 화웨이 제재(5G 산업규제)로 대만이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TSMC가 이득을 봤다"며 "요약하자면 기술개발과 미국중심의 자유주의동맹을 통한 안정적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 대해선 "일본은 이미 아시아에서 경제 선진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했고 더불어 미국과 굳건한 안보동맹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정치적으로 여야가 국익과 외교정책에 대한 이견이 없다. 반면 한국은 외교 관련 국익도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국익에 여야 이견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일본‧대만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강력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싱가포르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분리 독립한 싱가포르는 살아남기 위해 △깨끗한 정부 만들기 △강력한 법질서 유지(국가 기강 확립) △현실적‧합리적 국가경영 △필사적인 미래 국가성장 산업 유치 노력 등을 추진하게 된다.
정치‧경제 전문가들도 한국이 일본‧대만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전반적인 국가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치 개혁을 통해 경제를 이끌어 가는 국가 리더십을 개선하고 블록체인이나 핀테크 같은 미래 성장산업을 과감히 육성해야 한다는 견해다.
전여옥 전 국회의원은 한국이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해야 할 일에 대해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며 "(정치권에) 유능한 인재가 들어오게 하고, 세습 정치인이 없도록 해야 하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태 고등지능원(블록체인‧인공지능 플랫폼 기업) 대표는 "일본은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가 우리보다 덜한 편이어서 암호화폐 거래소가 20여개로써 우리나라의 4~5개사보다 휠씬 더 많다"며 "디지털자산 분야는 전통금융의 법과 제도의 기준으로 규제하려는 방향은 잘못된 것이며, 디지털자산 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산업의 발전을 목표로 진흥과 규제를 구분하지 않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발전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