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곽호성 기자]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정치권에선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 3가지가 북한 문제, 경제, 국제 현안에 대한 두 나라의 움직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목받는 의제가 경제 문제다. 북한 문제나 국제 현안 관련 문제는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만 경제 문제는 민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금융권과 경제계에선 경제‧안보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고 있으므로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경제는 한국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이 발효됐다. 발효 이후 10년이 흐르자 두 나라의 무역 규모가 66.1% 증가했다. 한국은 FTA 발효 이후 해마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냈다.
미국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투자도 크게 늘었다. FTA 발효 10년 만에 미국은 한국 기업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1위 국가가 됐다. 또 한국 기업들의 최대 해외 투자처가 됐다. FTA가 발효된 후 미국의 한국 투자액은 총 482억달러였다. 발효 전(2002~2011년 누적)에 비해 98% 늘었다. 한국의 미국에 대한 투자 누적금액도 지난해 3분기까지 1130억 달러였다. 발효 전에 비해 282% 불어났다.
이옥남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장은 한국과 미국의 미래 경제 관계에 대해 "과거 한미관계에 있어 경제는 미국의 시혜적 관계였으나, 현재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선진 그룹인만큼 호혜적 관계로 변모됐다"며 "따라서 한미가 상호의존적으로 경제관계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며, 다만 미중 패권경쟁의 신냉전 시대 한국은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경제블록의 질서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와 이렇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과 관련된 경제 이슈 중 요즘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이 한미 통화스왑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한미 통화스왑은 외환 안정 등에 있어 중요하다고 본다"며 "오는 20일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올릴 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통화스왑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나온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 원화 외에 다른 통화들도 절하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달러에 의존하지 말고 원화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제계 일각에선 한미 달러스왑이 정상회담 의제로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한미 달러스왑을 해놓으면 당연히 우리에게 좋다. 하지만 그것을 우리가 해달라고 한다고 해서 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만을 위해 해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번 한미 통화스왑이 2021년 12월 31일에 종료됐다. 동시에 종료된 나라가 9개 나라다. 최소한 2008년부터 보면 2008년부터 9개 나라가 같은 밴드로 묶여서 같이 통화스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 그렇게 하는 이유는 상대방 국가에 금융위기가 생겨서 미국 기업들이 받을 돈을 못 받을까봐 해주는 것이다. 상대방 국가를 살려주기 위해 해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상회담에서 아마 요청안할 것이다. 그게 대통령이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미국 연준 의장이 하는 것이다. 연준은 법적으로는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돼 있다. 대통령들이 합의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한미 경제관계에서 한미 달러스왑 외에 중요한 경제 이슈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이다. IPEF가 부상한 이유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질서 주도권을 지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지난달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에 전한 '한‧미 경제협력과제 제언' 중 첫 번째 과제는 한미 상호 간 투자의 균형적 확대이며 두 번째 과제가 IPEF 참여다. 세 번째 과제는 공급망 협력이고 네 번째 과제는 무역장벽 완화다.
대한상의는 IPEF 4개 분과 적극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IPEF 4개 분과는 △공정하고 회복력있는 무역 △공급망 회복력 △인프라‧청정에너지 탈탄소 △조세‧반부패이다.
대한상의가 집계한 국내 기업들의 가입 찬성 주요 이유는 △신뢰 기반의 공급망 구축 △탈(脫)탄소‧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 필요성 △IPEF를 통한 국제 신(新)통상규범이 국내에 도입되면 우리 내수기업의 수출길을 여는데 도움이 될 것 △일본과의 관계 회복 기회 등이 있었다.
국내 경제계에선 IPEF에 가입해야 하지만 가입 속도에 대해선 신중해야 할 것이란 견해와 초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김정호 겸임교수는 "IPEF라고 하는 것이 옹색한 협정이다. 지금 일본과 호주가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자유무역협정인 반면, IPEF는 일종의 규제 체제, 표준화 협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나 트럼프 모두 시장을 열고 싶어하지 않는다. IPEF는 그냥 정치적이다. 미국편이라고 그냥 줄서는 것이며 경제적 이익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아마 가입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본다. 경제적으로는 하나 안하나 마찬가지이고 정치적으로는 미국 편에 선다는 것을 분명히 선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옥남 소장은 미‧중 경제전쟁 상황에서 한국이 해야 할 바람직한 대응에 대해 "미국 중심의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 자유주의 경제블럭과 공조해 중국의 압력에 대응하고 국익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미정상회담 날짜가 가까워짐에 따라 금융권과 경제계에선 한미동맹의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어려움을 뛰어넘기 위해 한미동맹을 철저히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옥남 소장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경제 문제 극복을 위해 한미동맹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세계 경제는 상호의존을 넘어 상호의존이 무기화돼있는 상황"이라며 "즉, 경제 전쟁에서 어느 한 나라가 제로섬 게임처럼 될 수 없는 것. 한국도 독점적인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국제기구 등을 통한 공조체제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