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시장 공식 진출…향후 기대와 우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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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고차시장 공식 진출…향후 기대와 우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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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전면 허용됐다. [사진=김지훈 기자]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전면 허용됐다. [사진=김지훈 기자]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생계형 적합업종 적합 여부를 두고 지난 3년간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완성차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출이 공식화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심의위원회를 통해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업종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에 공식 진출하게 되면서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시장 진입을 서두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중고차업계는 대기업 완성차업체의 독점으로 시장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가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이라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기부가 지난 17일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심의위)를 열고 '부적합'으로 최종 결정했다. 중고차판매업이 더 이상 생계형 업종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를 만드는 대기업도 중고차 매매업에 공식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이같은 결정 사유에 대해 심의위는 "현재 중고차판매업은 서비스업 전체, 도·소매업, 자동차·자동차부품판매업에 비해 소상공인 비중이 작고, 소상공인의 연평균 매출액이 크며, 무급가족종사자 비중이 적다"며 "이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요건 중 '규모의 영세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완성차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출로 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나 중고차시장이 지속 성장하는 시장"이라며 "완성차업계의 진출로 중고차 성능・상태 등 제품의 신뢰성 확보,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등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심의위는 이와 함께 "사전 심의를 맡은 동반성장위원회도 2019년 11월에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낸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심의위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된다"며 "향후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가 이를 고려해 적정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후속 보완조치를 제안했다.

앞서 중고차매매업은 2013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의 대기업은 중고차 관련 사업을 할 수 없었다. 이후 지난 2019년 지정 기한이 완료되자 중고차매매업계는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신청했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그 해 11월 6일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의견서를 중기부에 제출했다.

심의위는 이 같은 동반성장위의 권고를 반영해 6개월 안에 결정을 내려야 했음에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을 이유로 회의를 열지 못해 결정을 잠정적으로 무기한 보류됐었다.

이후 최근까지 중고차매매업계와 완성차제조업계 간의 대립이 심화되자 정치권에서도 중재에 나섰으나 타협을 보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결정이 내려졌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의지는 연초부터 표면화됐다. 각각 경기 용인시와 전북 정읍시에 중고차 판매 사업을 할 수 있는 자동차매매업 등록을 신청한 것이다.

이에 중고차매매업계는 중소기업중앙회에 중고차판매업에 대한 '사업조정'을 신청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중기부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지 말라고 권고했으나 법적 효력이 없어 강제성도 없었다. 

이날 결정이 내려지자 중고차매매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업계 1위인 현대차그룹의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점차 커져가는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는 걸 막을 수 없다는 걸 느끼고는 있었다"면서도 "망연자실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반면 이같은 결과를 예견하듯 현대차는 지난 7일 향후 본격화할 중고차사업 비전과 사업방향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 함께 성장하면서 국내 중고차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당시 현대차 측은 "중고차 관련 통합정보 포털 구축을 통해 소비자가 중고차 구입을 꺼리는 핵심 원인이었던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 해소에 기여해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 제고에도 나설 것"이라며 "특히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기존 상생협의 과정에서 마련한 상생안을 준수하고, 매매업계와 함께 중고차산업 발전에 힘을 모을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르노코리아와 한국GM, 쌍용차 등의 완성차제조업체들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 중고차 시장은 일부 소매사업자들만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구조로 시장 진입 규제가 심했다"면서 "이에 불만을 느낀 가장 큰 주체는 소비자이고  이들의 요구가 대기업의 참여를 불러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그간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 비대칭과 허위·미끼 매물 등에 따른 피해를 입기 쉬운 구조였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의 지난달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를 포함해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자체 시장점유율 제한과 사업계획 등을 고려하면 2026년에도 5개사 합계 시장점유율은 7.5~12.9%에 그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국내 중고차시장 1위 기업인 K사(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이 4% 수준임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자동차 전문가들도 중고차 시장 규제 자체가 이 시대에 맞지 않은 것이었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원칙을 세우는 게 시급하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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