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부패척결 '시동'… 진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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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부패척결 '시동'… 진의는?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6월 09일 0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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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대부분 사업 10년 안에 사라져" 발언 중첩…'미래 위기' 감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패척결 '불호령'에 그룹사 전체가 바짝 얼어 붙었다.

삼성테크윈에 대한 자체 감사 결과 내부 임직원의 비리가 적발된 데 따른 '채찍'이나 올해 초 이 회장이 삼성의 '미래변신'을 주문했다는 점에서 '집토끼' 단속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 측은 그룹사들에 대한 전면 감사 개연성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그룹 내 감사조직을 독립시켜 외형을 키운 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 "앞으로의 대책도 미흡하다"

이건희 회장은 8일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 문화가 훼손됐다"며 "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삼성테크윈에서 일련의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였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언급은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을 통해 공개됐다. 김 실장에 따르면 이 회장은 "각 계열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니냐"며 "앞으로의 대책도 미흡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회장은 "해외 잘나가던 회사들도 조직의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며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공격이나 치열한 경쟁, 혹은 기술력 부재에 따른 도태가 아닌 직원들의 '도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안에서 잘 해야 밖에서도 잘 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이 회장의 올해 초 신년사를 덧씌우면 흥미롭다.

이 회장은 당시 "지금부터 10년은 100년으로 나아가는 도전의 시기가 될 것"이라며 "삼성가족 모두 안심하고 일에 전념하는 기업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사업과 제품은 10년 안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업·제품이 자리잡아야 한다"며 "삼성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라면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직 내부의 안정, 즉 조직원들간의 신뢰와 결속력을 바탕으로 미래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변신을 꾀해야 한다는 강력한 주문이었다. 사건의 경중을 막론하고 이를 정면으로 어긴 삼성테크윈이 '본보기'가 된 셈이다.

실제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사회 통념에 비춰보면 (삼성테크윈의 내부 비리는)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이 회장도) 깨끗한 조직문화를 자부해 온 삼성에는 이런 일은 당연히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냐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비리 정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 "그룹사 개별 감사, 대대적인 인적 쇄신 계획 없다"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는 식이지만 이 회장의 청사진을 훼손한 대가는 혹독했다.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이 물러났고, 그와 동시에 그룹 내 미래전략실에 소속돼 있는 감사담당 조직이 별도 조직으로 꾸려진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점에서 내부 조직별 서열구도도 일정부분 틀어질 것으로 보인다.

책임자의 직급도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져 당장 다른 그룹사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삼성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사들에 대한 개별 감사나 대대적인 인적 쇄신 같은 계획은 전혀 없다"며 "이 같은 추측이 (재계와 언론)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이 회장의 '일갈'이 삼성그룹의 향후 '경영궤적'을 어떤 식으로 바꿔 나갈 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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