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란에 한국의 대표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 생산라인이 속속 멈춰 서고 있다.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세계적 현상인데다 공급 업체들이 하루아침에 '뚝딱' 공장을 증설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는 세계 최강이지만 시스템반도체인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뒤져 있다. 이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종합적인 국가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속속 멈춰서는 현대차 생산라인…부품업체도 충격
현대차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울산1공장의 휴업을 결정한 데 이어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도 휴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하지 않았으나 노조와 아산공장 휴업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반떼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도 반도체 수급난으로 오는 10일 특근을 실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코나와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은 7일부터 14일까지 휴업하기로 했다.
반도체 대란은 자동차 부품업체에도 직격탄이 됐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6일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에서 "53개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의 48.1%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감산을 하고 있고, 72%는 수급 차질이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 마음만 급할 뿐 대책이 없다
노근창·박찬호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자동차 반도체의 공급 부족은 2분기 말부터 일정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올해 3분기나 4분기쯤에는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이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고사양 첨단 반도체는 아니지만,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정이 까다로워 쉽게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세계 3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스(GF)의 톰 콜필드 최고경영자는 최근 방송에 출연해 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장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대만 정부는 물론 TSMC 측과도 협의를 진행했으나 지금까지 별 소득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TSMC로서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열강들로부터 공급 압력을 받는 마당에 우리나라에만 물량을 늘려주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