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김아령 기자] 국내 주요 패션 대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꾸라진 수익을 살리기 위해 수장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사장으로 이준서 경영지원담당 전무가 선임됐으며 박철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은 퇴임을 밝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새 수장 교체를 앞둔 가운데 코로나19 여파 속 '흑자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박 전 부문장은 지난 6일 삼성물산 패션부문 직원들에게 "30여 년간 근무하며 즐거웠다. 모든 직원들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길을 응원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며 퇴임했다. 박 전 부문장은 이서현 전 사장이 물러난 뒤 지난 2018년 말부터 부문장을 맡아 왔다.
현재 부문장 자리에 새 이름이 오르지 않은 상태지만 박 전 부문장이 부사장이었던 점으로 보아 이 부사장이 유력한 후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1967년생인 이 부사장은 중국 상해에서 사업을 총괄해온 에잇세컨즈 사업부장 전무로, 지난 9일 단행된 임원 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패션부문 경영지원담당, 전략기획담당 등을 맡아온 전문 '기획통'이다. 내부에서는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도 알려졌다.
코로나19와 맞물린 박 전 부문장의 퇴임에 이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그동안 에잇세컨즈 등 간판 브랜드의 수익성 악화로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영업이익률이 1.7%에 그칠 만큼 고전했다. 올 들어서는 코로나19 대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3분기 누적기간 동안 44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또 주4일 근무제와 급여 10% 삭감, 무급휴직 등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회사는 수익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빈폴스포츠' 사업을 정리하고 '빈폴액세서리'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빈폴스포츠 매장 100여개와 빈폴액세서리 매장 50여곳은 내년 2월까지만 운영된다.
또 론칭 이후 줄곧 부진했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도 부실 매장 위주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자라, H&M, 유니클로 등 유명 SPA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누적 적자 약 1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이 심각하다. 지난 10월에는 에잇세컨즈 대형 매장 중 하나인 강남점 영업을 8년 만에 종료했다.
현재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SSF샵을 중심으로 한 자사 온라인 역량을 제고하고, 무신사와 네이버 등 다양한 플랫폼에 진출하는 등 채널 강화에 힘쓰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실적 개선이 더욱 불투명해지는 가운데 신임 부문장의 지휘 아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몇 년 동안 전략적 실책 등의 이유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며 "신임 수장이 어떤 방향으로 위기 타개에 나서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