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올여름 폭우로 인한 자동차 침수 피해가 급증하면서 손해보험업계의 수심이 짙어졌다. 상반기 선방했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하반기에는 다시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주 전국적으로 시간당 5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부산에서는 시간당 80mm의 비가 내려 곳곳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상당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 관련 사망자는 5명으로 파악됐다.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 침수로 자동차에 갇힌 3명이 목숨을 잃었고 경기 김포시에서 1명, 울산 울주군에서 1명이 사망했다. 이밖에 전국에서 수십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이달 9일부터 27일까지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4개사에 접수된 차량 피해 건수는 1620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차량 침수는 1585건이며 추정손해액은 161억2000만원이다.
매년 장마철 수많은 차량이 침수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에 태풍 또는 장마 피해로 접수된 차량은 전국 1만232대이며 피해액은 343억원으로 기록됐다.
이에 손보업계는 남은 장마기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사고 피해가 늘면 손해율이 높아지고, 이는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최근 내린 폭우로 신고 접수가 늘었다"며 "당장 손해율이 오르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이후 주춤했던 교통량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상반기 양호했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하반기에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5월 말 기준 서울시 주요 135개 지점의 일평균 교통량은 약 965만대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시점(3월) 대비 6.1% 증가했다. 주중 교통량 증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한 3월 대비 4.6% 증가에 그친 반면 주말 교통량은 일평균 875만대로 같은 기간 10.7% 급증했다.
또 지난 1~2월 출퇴근 시간대 교통량은 지난해 12월 대비 소폭 감소했다가 3월부터 100%를 넘어 5월에는 102.0%를 기록했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다른 시간대의 교통량도 코로나19 이전의 96.2% 수준으로 회복하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6월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85.5% 수준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직전 달(80.4~82%)과 비교해 회사별로 3.5%~4.6%p 높아진 수치다. 6월 4개사 평균 손해율은 85.37%로 전월(81.32%)보다 4.05%p 증가했다.
현재 손보업계는 자동차 피해를 낮추기 위해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네이버 밴드 SNS를 활용한 '둔치주자창 차량 대피 알림 비상연락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둔치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의 침수가 우려될 경우 지자체 담당자가 차량 번호 등을 네이버 밴드에 게시하면 각 손보사가 실시간으로 차주에게 긴급대피를 안내하거나 대신 견인해주는 서비스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운행 중 범퍼까지 물이 차오르면 시동을 끄고 내린 다음 보험사나 견인업체를 불러 차를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