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직장인 최모씨는 최근 자신이 사용하는 노트북 곳곳에 보기 흉할 정도의 흰 얼룩이 생겨 깜짝 놀랐다.
물이나 음료수와 같은 오염물질에 노출된 적이 없었던 데다 사무실도 정기적으로 청소를 하는 등 환경도 깨끗했다. 최씨는 기기 재질하자에 무게를 싣고 가전업체 A/S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수리기사 A씨는 뜻밖의 답변을 내놨다. 처음 보는 증상이라며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언급이었다.
A씨는 "기기를 맡기고 가면 수일 내에 원인을 찾아 알려주겠다"고 최씨를 달랬다. 며칠 뒤 A씨는 "노트북 주변에서 작동중인 가습기가 원인인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가습기 가동 중 발생된 석회질 성분이 공기에 날려 얼룩을 남긴 '백화현상'이라는 A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 "'백화현상' 줄이기 위해 기술개발 진행 중"
건조한 날씨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울산, 경남, 전남, 강원도 등 일부 지역에는 이미 건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가습기를 사용하는 사무실 및 가정도 여기에 발맞춰 크게 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가습기가 일으키는 '특이현상'에 소비자들이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백화현상'이 주인공이다.
가습기 업계에 따르면 백화현상은 수돗물 속에 녹아 있는 마그네슘, 칼슘, 염분과 같은 성분이 석회질을 만들어 발생된다. 이 미세 석회질이 수분입자와 함께 날리다 수분을 잃은 뒤 하얀 가루형태로 가구나 전기기기, 바닥 등 생활반경 곳곳에 흡착된다.
먼지처럼 보여 미관을 크게 해칠 뿐 아니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낳는다.
가습기를 장시간, 다량으로 사용하는 경우 그렇지 못한 소비자들에 비해 석회질성분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실제 최씨의 경우도 건조한 날씨가 연일 지속되는 통에 업무를 보는 내내 가습기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스러운 대목은 공기중에 날리는 문제의 석회질성분이 워낙 미량이라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적다는 것.
가전업계 관계자는 "모든 가습기 사용환경을 일원화 할 수는 없겠지만 상식수준 이내에서 가습기가 가동되는 경우라면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며 "다만 얼룩이 생겨 지저분해 보인다. 사용자가 닦아주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돗물을 하루 정도 받아놓은 뒤 특정성분을 가라앉혀 가습기 보충수로 사용하면 백화현상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이러한 현상을 줄이기 위해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안도의 한숨과 더불어 기술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적지 않다.
대학생 이모씨는 "일종의 '가루'를 마시는 것과 같아 건강에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고 하니 다행"이라며 "가습기를 조금 멀리 떨어뜨려 사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모씨는 "가전제품 색상의 전반적인 추세가 '화이트'에서 '블랙'으로 기울고 있다"며 "기술개발을 통해 백화현상을 없앤 가습기를 내놓지 않는 이상 머지 않아 하얗게 쌓인 '블랙가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