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전국을 강타한 이상 한파가 설 선물까지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 소비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과일, 정육,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각종 선물세트가 영하의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물류창고 보관 중 또는 배송과정에서 동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설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막바지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어 선물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업체들도 손 쓸 방법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일부 선물세트는 해동 과정에서 제품 변질의 가능성도 있어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 "영하의 날씨가 식용유, 참치까지 얼려버렸다"
강모씨는 설을 며칠 앞두고 지인이 보낸 선물세트를 택배를 통해 받게 됐다. 캔 참치와 식용유로 구성된 제품이었다.
선물세트 포장 상자를 열어본 강씨는 깜짝 놀랐다. 식용유가 영하의 날씨에 얼어 있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얼었다 녹은 식용유와 캔 참치를 섭취해도 건강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지 염려스러웠다.
강씨는 "영하의 날씨가 식용유와 참치까지 꽁꽁 얼려버렸다"며 "선물세트가 배송되는 과정에서 얼고 녹기를 반복해 변질 되지는 않았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모씨도 '꽁꽁 언 선물'을 받기는 마찬가지. 친척이 설 선물로 보낸 과일세트가 배송 중 얼었다 녹아 이미 일부는 썩은 상황이었다.
선물로 받은 과일이라 함부로 버릴 수도 없어 정씨는 난감했다.
그는 "과일이나 고기는 얼었다 녹으면 쉽게 상하는데 지인들에게 내가 보낸 선물세트도 강추위에 얼어붙지 않았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본보 확인 결과 선물세트로 애용되는 샴푸, 린스, 주방세제 등 생활용품과 식용유 제품은 동결된 상태라 해도 천천히 해동시킨 후 사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 됐다. 얼음결정으로 인한 제품의 변질이 없다는 얘기다.
다만 참치, 햄 등 육류 가공식품의 경우 제품 변질은 없으나 식감은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과일 등 신선식품 냉∙해동 시 변질 우려
한 참치 업체 관계자는 "이상 한파가 계속되고 있지만 캔 참치가 어는 경우는 흔치 않다"면서도 "참치가 살코기다 보니 냉∙해동 되면 조직이 쪼그라들면서 식감이 다소 푸석해 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일, 인삼, 더덕, 버섯 등 신선식품의 경우는 달랐다. 냉∙해동으로 인한 변질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과일이 얼면 날카로운 얼음결정이 과육을 파괴해 해동시켰을 때 상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설 대목을 맞은 택배업체들도 선물세트까지 꽁꽁 얼리는 추위와 맞서 싸우기는 역부족인 상황. 배송 중 냉∙해동으로 인한 제품 변질 시 변상조치를 취할 뿐이었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영하의 날씨가 이례적으로 계속되다 보니 어쩔 수 없다"며 "배송 중 제품이 얼어 상하게 되면 변상해주는 수 밖에 없다"고 답답해 했다.
소비자들도 한파로 인한 '특수 상황'에 당황해 했다. 선물세트 포장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소비자는 "설 선물까지 꽁꽁 얼리는 추운 날씨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며 "지인들에게 보낸 선물세트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선물을 보낼 때 포장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 같다"며 "날씨로 인한 문제로 누구를 탓할 수는 없으니 소비자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