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국내 주요 여행사들이 기상변화에 취약한 '소형선박'을 활용한 여행상품을 취급하고 있어 안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본보 확인 결과 하나투어가 운영중인 부산발 일본 후쿠오카행 소형쾌속선 코비호의 경우 결항률도 높고, 크고 작은 사고 역시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행사들은 '천재지변'에만 초점을 맞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행상품의 안전성 검증에 대한 목소리가 적지 않다.
◆ 결항 잦은 배가 운송수단,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책임 無(?)
지난 연말 가족들과 일본여행을 계획했던 A씨는 하나투어를 통해 코비라는 소형 쾌속선을 타고 일본 후쿠오카로 가는 패키지 여행상품을 구매했다.
여행 출발 당일, A씨는 맑지 않은 날씨가 걱정됐지만 코비호는 일정에 차질 없이 출항했다. 여행의 설레임도 잠시, 수면에서 일정거리 떠서 이동하는 특성상 승선감이 좋다는 여행사 측의 설명과 달리 바람에 끊임없이 흔들려 가족 모두 심한 뱃멀미에 시달려야 했다.
그 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A씨는 기상상태 악화로 배가 결항이 되는 바람에 꼼짝없이 일본에 발이 묶여 버렸다. 다른 일정 때문에 낭비할 시간이 없었던 A씨는 급히 비행기를 통해 귀국했다.
A씨는 "코비가 워낙 작은 배라 날씨가 조금만 좋지 않아도 출항이 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결항이 잦은 배를 운송수단으로 하는 상품을 판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승선감이 좋다는 말에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코비호에 탔으나 배가 출렁거리는 바람에 멀미만 심하게 했다"며 "자연재해는 말 그대로 자연재해기 때문에 인정하지만 (결항이 되자) 자연재해에는 책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기상변화에 민감한 상품을 판 여행사가 양심불량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 따르면 부산항과 일본 후쿠오카 하카다항을 오가는 국제여객선인 코비호는 해수면을 부상해 질주하는 수상익선이다. 제트엔진을 장착해 최고 속력 시속 50노트(87km)를 낼 수 있어 부산과 후쿠오카를 2시간 55분만에 달릴 수 있다.
코비는 여객정원 222명에 불과한 소형선박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도높이 3m, 가시거리 1km 이하의 조건에서는 결항된다. 자연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결항이 상대적으로 빈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본보 확인결과 코비의 운항률은 지난해 94.3%에 불과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99.86%, 99.75%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렇게 높은 수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비가 작은 배이다 보니 큰 배들의 운항 조건에 비해 결항 조건이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라며 "기기 결함보다 기상악화로 인한 결항이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코비호는 지난해 3월엔 기관고장으로 10시간 동안 표류한 후 부산에 도착하는가 하면 지난 10월에는 기계고장으로 일본 근해에서 멈춰서는 바람에 일본으로 회항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고속으로 대한해협을 가르는 특성상 고래와의 충돌 등 크고 작은 해상사고를 낸 바 있다.
◆ 하나투어 "교통편 있어 여행상품 개발한 것이 뭐가 문제?"
현재 코비호를 이용해 일본을 여행하는 상품은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하나투어 측은 기상변화는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발을 뺐다. 모두투어 측도 자연재해에 힘을 실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코비호를 이용한 여행상품은 꽤 오래 전부터 판매돼 오던 상품"이라며 "상품 개발 시 안전성 등을 모두 점검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비호라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교통편이 있고 그것을 이용해 여행상품을 개발한 것이 문제될 것이 있느냐"며 "천재지변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 고객 입장에서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계획에 없던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여행사의 귀책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날씨가 안 좋으면 결항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고 구매를 강제하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문제되는 것이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배의 출항과 결항은 코비 측에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다"며 "여름 같은 경우 장마 등으로 인한 결항사례 많지만 천재지변에 의한 결항은 환불조치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기상악화에 따른 결항으로 발생하는 소비자의 손실에 대해서는 하나투어와 같이 '책임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안전성 보장이 우선시 되는 여행상품 개발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한 소비자는 "날씨는 사람이 어쩔 수 없다지만 날씨에 예민한 이동수단을 여행상품으로 개발한 것은 여행사이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애초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끔 안전성이 우선시된 상품이 개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교통편에 관한 내용도 여행상품에 관련돼 있는 것인 만큼 자세한 사항을 고객들이 상품을 선택할 때 충분히 인지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히 안내 됐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