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동부화재자동차보험 가입자인 직장인 채모씨는 지난 16일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길에 나섰다가 아찔한 사고를 겪었다.
차량의 갑작스런 이상증상이 원인이었으나 채씨의 분노를 부른 대목은 따로 있었다. 동부화재의 상식 밖 대응이었다.
◆ 톨게이트 통과하면 30분, 못하면 1시간30분 대기?
제보에 따르면 채씨의 차량은 서울 방향 신공항 톨게이트를 약 200여m 정도 남기고 앞 바퀴 한쪽 알루미늄 휠이 갑자기 파손되는 결함을 일으켰다. 문제의 휠은 차량출고 당시 옵션으로 선택한 '정품'이 아닌 '사제'였다.
주행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주변에 다른 차량이 없어 2차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고속도로의 특성상 자칫 대형 인사사고로 연결될 뻔한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상황을 수습한 채씨는 동부화재에 견인을 요청했다. 그런데 채씨의 위치를 파악한 동부화재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채씨의 차량이 톨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현장출동까지 1시간 30분정도가 소요된다는 언급이었다.
채씨의 항의에 동부화재 측은 톨게이트를 기준으로 서비스 관할지역이 나눠져 있어 서울 쪽에서 넘어오는 견인차량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식의 입장만 내세웠다.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출동시간이 단축되느냐"는 채씨의 질문에 동부화재 측은 30분이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날은 전국을 뒤덮은 기록적인 한파 소식이 뉴스를 도배하다시피 했던 날이었다. 채씨와 채씨의 아내, 그리고 7살짜리 아들이 사고차량 안에서 두려움과 더불어 추위와도 싸워야만 했다는 얘기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채씨는 또 다른 사고의 위험을 무릎 쓰고 차량을 천천히 이동시켰다. 5분여 정도 흘렀을 무렵, 채씨의 차량은 가까스로 톨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동부화재 측의 견인차량은 약속이나 한 듯 그로부터 30분 뒤 모습을 드러냈다. 채씨는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채씨는 "고객들의 편의는 안중에도 없는 이런 식의 저질 보험서비스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만약에 차량이 움직이지 조차 않았다면 2시간 가까이 그 위험천만한 곳에 가족들을 내몰았어야 했다"고 분개했다.
그는 "동부화재 같은 보험사가 어떻게 나와 내 가족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겠느냐"며 "다른 보험사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동부화재 서비스 질, 타사 비해 떨어지는 듯"
동부화재 측은 본보의 사실관계 파악요구에 수시간을 허비한 뒤에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긴급출동 관련 부서가 일이 밀려있어 (채씨의 피해사례에 대한) 확인작업이 더디다"며 "내일(18일)쯤이나 해명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동부화재에 대한 매서운 질책이 쏟아져 나왔다.
직장인 장모씨는 "고객의 일을 남의 일로만 취급했기 때문"이라며 "(동부화재 직원들) 자신의 가족들이 그런 변을 당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행동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대학생 정모씨는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채씨의) 가족들 모두가 얼마나 무서웠겠느냐"며 "동부화재의 대 고객서비스 질이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