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유한킴벌리 하기스 기저귀를 사용하는 엄마들 사이에서 최근 정체불명의 하얀 젤 알갱이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 "혹시 인체 내부로 들어가지는 않을지 염려"
#사례1= 7개월 된 여자아이를 키우는 A씨. 얼마 전 1회용 기저귀를 하기스로 교환한 이후 기저귀를 갈 때 아이의 엉덩이와 성기부위에서 하얀 젤리 형태의 알갱이들을 발견했다.
A씨는 처음 몇 번은 물로 씻기는 등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계속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의문이 들었다. 업체 측은 "기저귀의 흡수 젤이 빠져나 온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A씨는 찜찜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A씨는 "그 의문의 물질이 아기 피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혹시 인체 내부로 들어가지는 않을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사례2= 5개월 된 남자아이를 키우는 B씨는 최근 비슷한 또래의 아기를 키우는 이웃으로부터 "하기스 기저귀를 쓰면 하얀 젤리가 묻어 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혹시나 해서 자신의 아이를 확인해본 결과, 아기의 성기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하얀 젤리를 발견하고 아연실색했다.
성기뿐만 아니라 엉덩이 쪽에도 이 물질은 묻어 있었다. 꼼꼼하게 손으로 살펴보니 하얀 물질은 기저귀 곳곳에서 젤리 형태 혹은 가루 형태로 발견됐다. 그 후 아들의 성기가 붓고 고름이 나와서 병원에 가보니 병명은 '귀두표피염'이었다. 업체 측은 "하얀알갱이는 흡수제"라고 답해왔다.
B씨는 "기저귀가 하얀색이어서 그간 모르고 지나갔던 것 같다"며 "이 하얀이물질이 아기가 귀두표피염에 걸린 원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본보 확인 결과 이 하얀젤은 물을 흡수하는 성질을 지닌 '폴리아크릴산나트륨'으로 드러났다.
한국식품과학회 식품과학기술대사전에 따르면 이 물질은 백색의 분말로 무취이며 물을 흡수하면 팽창해 스폰지 같은 젤의 형태로 변한다.
이러한 친수성과 흡습성 때문에 식품에 증점제, 습윤제 등 식품첨가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외에 기저귀뿐만 아니라 여성용 생리대, 노인용 요실금 패드 등에도 쓰인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폴리아크릴산나트륨은 유해한 물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 불안한 엄마들… 기표원 "인체 유해성 없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폴리아크릴산나트륨의 경우 오랫동안 여러 분야에서 사용된 물질"이라며 "인체에 유해성은 없다"고 말했다.
박희봉 대한의사협회 소아과 전문의는 "기저귀 흡수제 때문에 귀두표피염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고 남자 아이의 경우 청결하게 유지시켜주면 된다"고 밝혔다.
하기스 관계자 역시 "개개인의 사용방법에 따라 기저귀 흡수제가 유출되는 경우도 있다"며 "흡수제로 사용되는 폴리아크릴산나트륨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한지 40년 정도 된 물질로 지속적으로 사용된 정황상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봐도 좋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저귀 흡수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 분위기다. '천연'이 아닌 '인공' 물질인 탓이다.
한 소비자는 "흡수제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아이 피부에 묻었을 때 혹여 피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여전히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업체 측은 애초에 기저귀에서 흡수제가 올라오지 않도록 공정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소비자도 "유해성이 없다 하더라도 화학물질인 만큼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염려된다"며 "아예 이럴 바에는 차라리 이런 걱정 없는 면 기저귀를 쓰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