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국내 제약업계에 처방사례비(리베이트) 칼바람이 일 조짐이다. 업계 1위인 동아제약을 비롯한 일부 제약업체들이 수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뿌린 혐의로 최근 줄줄이 연루돼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몇몇 제약사들은 이미 리베이트 행위가 사실로 드러나 법원으로부터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상태다. 제약사들의 끊이지 않는 리베이트가 도마 위에 오를 조짐이다.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쌍벌죄' 도입에도 불구하고 뿌리 뽑히지 않는 리베이트에 대해 의료업계의 근본적 의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사회권 일각에서 제기됐다.
◆ 동아제약, 10억상당 기프트카드 제공 혐의
최근 업계 1위인 동아제약이 10억원이 넘는 '기프트카드'를 발행해 영업리베이트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 동안 공중보건의 및 제약업체간의 리베이트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해온 경찰은 동아제약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분석, 지난 2008년부터 올해 7월까지 1회 5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사용 가능한 기프트카드를 만든 사실을 포착했다.
이번 제약회사들의 리베이트 건을 조사중인 거제 경찰서는 이 기프트카드가 공중보건의나 관내 병의원에 대한 영업리베이트에 사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거제경찰서 관계자는 "총 4개 제약사에 대해 리베이트 혐의를 수사 중"이라며 "현재 기프트카드가 발행된 것은 확인한 상태로 사용처와 그 흐름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검찰과 협의를 통해 죄질이 좋지 않을 경우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며 "해당 제약사는 보건복지부에 통보하고 리베이트를 받은 공중보건의나 병의원 관계자들에게도 쌍벌죄를 적용, 제제를 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언론에 보도 된 것처럼 제약업체의 고위임원을 수사한다는 것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현재까지는 해당 제약사를 압수 수색한 내용과 관련 자료를 토대로 수사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거제경찰서는 뇌물을 수수한 지역 공보의 4명과 제약사 직원 4명 등을 구속해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다.
거제경찰서는 거제뿐만 아니라 인근 통영, 고성, 사천보건소, 창원, 진주, 산청, 함양, 합천 등 도내 대부분의 보건소에 근무 중인 전, 현직 공중보건의들의 명단을 확보하거나 요청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중보건의 외에도 거제지역 일부 병의원 관계자를 불러 제약사로부터 별도 리베이트를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동아제약은 이번 리베이트 혐의와 관련 함구하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경찰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라 업체 쪽에서는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짧게 대답했다.
이외에도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련 경찰 수사는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최근 의약품 처방 대가로 아주약품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인천 지역 국공립병원 14개소 의사와 제약회사 직원 등 60여명이 검찰 송치를 눈 앞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 끊이지 않는 제약사 리베이트
안산에서도 지역 내 일부 신경계 의료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의사들이 의료기기 업체로부터 상당액의 리베이트를 수수했다는 정황을 포착 내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7일엔 종근당과 근화제약은 식품의약안전청으로 부터 각각 판매 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식약청에 따르면 종근당은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4227만원 상당의 금전 및 물품을 의료관계자에게 제공했고 근화제약 역시 의약품 처방 대가로 약 17억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적발됐다.
여기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처분 받은 것을 두고 중외제약, 유한양행, 한미식품이 낸 시정명령 취소 청구 소송이 원고 패소 판결 받은 사례까지 제약회사에는 리베이트 관련 칼바람이 연속이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제약사의 리베이트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제약사의 리베이트에 대한 인식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새 나왔다.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 관계자는 "제약사 리베이트는 로비를 받는 의료관계자들이 환자의 치료에 개입돼 최종적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온다는 게 문제"라며 "제약사의 리베이트가 너무 만연해 있어 처벌을 받아도 문제점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거제같이 상대적으로 의료병원이 적은 곳에서도 제약사의 리베이트가 만연돼 있다면 다른 지역은 어떻겠느냐"며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제약사와 의료관계자들의 인식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