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부 NBG가 수산업 잘 모르는 듯"
상태바
"놀부 NBG가 수산업 잘 모르는 듯"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보 '짝퉁낙지' 보도후 투서…"주꾸미 혼입많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최근 3회에 걸쳐 본보가 단독 보도한 놀부 NBG(대표 김순진) '짝퉁낙지' 의혹에 대해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 담긴 투서가 접수돼 주목된다.

 

업계의 압박이 우려된다며 익명을 요구한 A씨는 편지글 형식의 투서를 통해 '소송'을 검토중인 놀부의 행보를 꼬집었다. A씨는 비정상적 수입수산물 유통구조로 인해 놀부 측 역시 '피해자'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실었다.      

 

본보는 A씨의 투서내용을 질의응답형식으로 각색해봤다.

 


 

◆ "아쉬운 것은 놀부 측의 대응방식"

 

Q. 직업이 궁금하다. 이번 '짝퉁낙지'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가.  

 

== 수산물유통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평소 컨슈머타임스를 즐겨보는 독자의 한 사람이다. 어느 날 주꾸미 관련 기사가 '시리즈'로 나오길래 관심 있게 지켜봤다.

 

Q. 본보의 기사를 읽고 수산업 현장 종사자로써 어떤 느낌을 받았나.

 

== 낙지 제품에 주꾸미가 섞여 있다는 소비자의 불만은 100% 맞다. 내가 (사진을) 봐도 한눈에 주꾸미 인 것을 알아 볼 정도였다. 국립수산과학원도 인정하지 않았나.

 

Q. 놀부 측의 의도성, 혹은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는 말인가?

 

== 놀부 NBG의 잘못으로 몰아세우기에는 힘든 대목이 있다. 내가 봤을 때는 놀부 NBG나 소비자나 어느 한쪽의 잘못은 아니다. 아쉬운 것은 놀부 측의 대응방식이다. 기사를 보니 소송 어쩌고 하는 것 같은데 성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앞뒤좌우 사정을 면밀히 살펴본 뒤 대처하면 문제가 쉽게 풀렸을 것 같다.

 

Q. 놀부 NBG가 피해자 범주에 포함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 그렇다. 수입 수산물업계의 비뚤어진 유통구조가 원인제공을 했다고 본다. (놀부 NBG) 나한테 물어봤으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는 식으로 쉽게 설명해 줬을 것이다. 그랬다면 놀부를 비롯 피해자 모두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대찌개와 보쌈을 주로 취급하는 놀부 NBG가 아직 수산물업계 쪽으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Q. 베트남 수산물이 수입되는 단계에서부터 일반인들이 모르는 비정상적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는 말인가. 자세히 설명해 달라.

 

== 수산물유통업 경험 10년차로써 어디까지나 내 짧은 사견임을 우선 밝혀둔다.

수산물은 아직까지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말썽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번 사고도 같은 맥락이다. 원래 절단낙지(수입품)에 주꾸미를 혼입시켜 원가를 낮추는 것이 수산물 업자들 사이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산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써 부끄럽다.

국내 유통업자가 '주꾸미를 10%정도 섞어라, 20%정도 섞어라'하는 식으로 베트남 현지공장에 주문을 한다. 베트남 공장이 자체적으로 수출마진을 높이기 위해 주꾸미를 몰래 넣는 경우도 다반사다. 주꾸미는 낙지보다 원가가 저렴하다. (낙지에 주꾸미를) 높은 비율로 섞을수록 수입원가가 낮아진다. 국내 유통판매업자들의 가격경쟁력과 이익이 동시에 늘기 때문에 (섞는 것을) 안 할 수 없는 실정이다.

 

Q. 수입 수산물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그 만큼 허술하다거나 통관과정을 수월하게 뚫는 업자들만의 노하우가 있다는 뜻인가.

 

== 조금 큰 주꾸미를 절단시키면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다는 맹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불과 2~3년전에는 대부분의 업자들이 이를 악용, 주꾸미를 절단해서 낙지로 통관시켜 국내에 유통시켰다. 당시 누군가의 제보로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에서 엄격히 통관검사를 진행해 가짜 낙지가 어느 정도 줄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 최근 통관검사가 소홀해 진 틈을 타 낙지에 주꾸미를 섞어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어"

 

Q. 놀부 NBG가 국내 일부 비양심 수산물 유통업체들에게 속았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 우리 같은 수산물 전문가들은 베트남에서 수입된 냉동낙지상자를 대충 훑어만 봐도 어느 정도 주꾸미가 섞였는지 대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놀부에 그런 전문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일부 비양심 수산인들 때문에 소비자와 놀부 측 모두가 피해를 본 상황으로 추측된다. 수산물유통업자들을 대신해 사과한다. 덕분에 재미있는 기사는 나온 것 같다.  

 

Q. 비단 베트남산 수입 수산물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유통현장 분위기를 전해달라.

 

== 냉동수산물의 유통폐해가 특히 심각하다. 500g짜리를 수입해 해동하고 나면 100g이 줄어든다. 제조 및 유통업자들이 짜고 치는 과도한 '물코팅'(직육면체 형태의 얼음덩어리 포장) 탓이다. 양심적인 수산물유통업자들이 검역원에 신고도 여러 차례 했지만 수입물량이 워낙 많아 인력과 시간의 한계로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통업자들의 마인드 개선이 시급하지만 먹고 살려고 하다 보니 편법들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 해외시장 분석팀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인력부족에 따른 수입수산물의 미진한 '가격조사'의 실정을 토로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A씨의 주장과 호흡을 함께한다.

 

갖가지 개연성만이 남았을 뿐이나 놀부 NBG'면죄부'가 되기에는 그래도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피해자'라는 딱지에 앞서 토종브랜드 외식업체 '1'라는 금자탑은 철저한 제품관리 및 감독이라는 '의무'를 수반하는 탓이다. 놀부 NBG의 성장은 거듭된 인수합병(M&A)을 통해 절로 얻어진 것이 아닌 '''신뢰'를 중시한 소비자들의 선택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