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정 부회장의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 취임은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과 함께 '재벌 3세 경영'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보았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외손자이자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외아들인 정 부회장의 총괄 대표 취임에 대해 신세계 측은 "신세계에 입사한 이후 15년 가까이 경영수업을 받은 결과, 충분한 경영 역량이 갖춰진 것으로 판단해 경영일선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너의 책임 경영'이라는 명분과 함께 신세계그룹 후계자 자리를 굳히며 화려하게 경영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그의 경영활동 1년은 공(功)도 많았지만 과(過) 또한 적지 않았다.
경영실적을 보면 신세계는 올 들어 10월까지 매출 12조218억원을 기록, 작년 동기 대비 14.7%나 성장했다.
'경영자는 실적으로 말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신세계의 두자릿수 성장은 정 부회장의 경영 활동이 합격점을 통과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같은 경영성과는 경쟁사인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도 비슷한 실적을 거뒀다는 점에 비춰보면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된다.
정 부회장의 가장 두드러진 활동으로는 '트위터 경영'이 꼽힌다.
'고객과의 직접 소통'을 표방하며 트위터 활동을 시작한 정 부회장은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 피자' 등 CEO들이 언급을 꺼리는 유통업계의 논란거리에 대해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심지어 트위터상에서 한 중소기업 CEO와 이마트 피자와 SSM을 놓고 감정 섞인 말다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CEO의 트윗에 경영활동은 배제해야 한다'는 금기사항을 어긴 것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소통의 리더십'이라는 찬사도 받았다.
그는 최근에도 자신의 출장 사실을 트위터에 남기는 등 여전히 트위터를 '고객과의 직접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업(業)의 본질'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마트는 업의 본질에 입각해 경쟁력를 강화하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연초에 '신 가격정책'을 내세우며 대형마트업계에 가격 인하 경쟁의 불을 댕겼다.
이에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겠다"며 응수해 이른바 '10원 전쟁'이 촉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트의 신가격 정책이 과연 얼마나 가격 인하 효과를 냈는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1천 개 이상의 점포를 내겠다는 목표로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도 현재 2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백화점에 대해서는 '지역 1번지 점포' 전략을 표방했다.
점포수는 적지만 각 점포가 지역 상권 내에서는 최고 점포 자리를 굳힌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부산에서는 세계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를 개장했고, 서울에서는 강남점과 영등포점을 해당 상권 내에서 최대 백화점으로 만들어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12월10일에는 충청지역에도 처음으로 점포를 열고 충청상권 공략에 시동을 건다.
올 들어 10월까지 이마트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0.2% 성장했고,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25.1%의 놀라운 신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화려한 경영실적은 지난 1년 동안 전국의 이마트와 백화점 점포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빛이 다소 바랬다.
지난 5월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를 달고 판매하는 튀김가루에서 생쥐가 발견된 것은 소비자들을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어떤 경로로 튀김가루에 쥐의 사체로 보이는 이물질이 들어갔는지는 미제로 남았지만, 총 1천80개 제품이 회수됐고, 유통기한이 다른 제품 95t의 잠정 판매중단 명령이 내려지는 등 보건당국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6월에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화재가 발생해 고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이마트 점포에서도 화재가 나 정 부회장이 트위터에 '안전 불감증'이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8월에는 이마트 광명점에서 수입산 쇠고기를 한우 라벨을 붙여 판매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일선 점포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크고 작은 사건·사고는 그의 '소통의 리더십'이 외부로만 통하는 사이 내부 소통에는 빈틈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낳기도 했다.
또 주력사업인 대형마트의 침체국면과 백화점 절대 강자인 롯데와의 경쟁 등이 유통업계 최고 강자를 꿈꾸는 정 부회장의 앞날에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중국 등 해외 이마트 사업을 반석 위에 올려놔야 하는 것도 정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