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일월드(이하 한일)의 독특한(?) 정수기 관리시스템으로 인해 애꿎은 사용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필터 교체시기에 맞춰 사용자가 일일이 교체 신청을 해야 하고, 이마저도 즉각적으로 처리되지 않고 있음이 제보에 의해 포착된 것. 최근 한일정수기 화재사건에 이어 관리부실 실정이 여지없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업체 측은 잘못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현재 자사 관리기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일 정수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 "필터교체 신청 이후 한달이 지나서야..."
한모씨는 노모의 편의를 고려해 지난 2007년부터 한일월드 정수기 렌탈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그런데 정수기 필터교체를 4개월마다 해준다는 상담원의 말과는 달리 교체시기가 돼도 방문은커녕 아무런 연락조차 없었다. 그때마다 한씨의 어머니는 직접 고객상담실로 전화해 필터 교체를 신청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그나마 교체서비스는 즉각 이뤄지지 않았고,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신청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필터교체를 받을 수 있었다. 정수기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한씨는 결국 업체 측에 계약 해지의사를 밝혔다.
그는 "담당기사 조차도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인정했다"며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해지를 하겠다"고 분개했다.
제보자가 사용하는 제품은 정수기 필터교체시기가 되면 램프가 깜빡이게 설정된 제품이다. 램프를 확인한 소비자가 필터교체 접수를 하면 해당 서비스기사가 접수 시점으로부터 한 달 내 필터를 교체해주는 시스템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정수기 임대업의 경우 사업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소비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후에도 사업자가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약금을 부담하지 않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사업자 귀책사유에는 적절한 성능유지의무, 물품의 하자보수 또는 관리의무를 불이행하거나 게을리 할 때나 품질의 현저한 악화로 물품의 관리 및 유지가 곤란한 때가 모두 포함된다.
한씨의 사례가 이에 해당함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한일측은 내부고충을 토로하면서도 서비스 지연에 따른 수질문제는 없다고 강변했다.
한일 관계자는 "해당 월을 기준으로 필터교체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일에 맞춰 방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적 편차와 내부인력 상황이 맞물려 '제때 서비스'가 여의치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한씨의 경우 필터교체가 한 달 이상 지연된 경우가 2번 발생한 적이 있다"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점에 대해서는 한씨에게 사과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4개월마다 필터교체를 해주고 있지만 4개월이 지났다고 해서 필터의 기능이 모두 상실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염가능성이 있는 물을 사용자가 일정기간 섭취할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해당 월을 기준으로 필터교체를 할 경우, 소비자는 이를 신청한 날부터 최장 30일까지 교체이전 오염된 필터로 물을 정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종업계에서는 다른 해석이 나왔다.
◆ "규칙적인 필터관리 및 교체만이 깨끗한 물 담보"
한 업체 관계자는 "정수기 필터는 총으로 따지면 총알에 해당하는 정수기의 핵심 부품"이라며 "규칙적인 필터관리 및 교체만이 깨끗한 물을 담보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필터교체 시기를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은 넌센스"라며 "정수기 업체들 간의 서비스경쟁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데 (한일의 발언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일은 정수기 부문에서 지난해 가정용 제품 신규판매에 힘입어 올 상반기에만 2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등 외형적 성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에 발맞춘 '서비스 질 향상' 과제를 한일이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미래 경쟁력이 달려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일은 최근 자사 정수기에서 화재가 발생(본보 10월6일자)돼 한차례 홍역을 치른바 있다.
최미혜 기자 specialpr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