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던 중 김씨는 온라인에 개설된 한 알페온 동호회에서 귀가 솔깃한 정보를 접했다. 출시된 지 이제 막 한달 정도가 지난 '따끈따끈한'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10%에 가까운 할인을 받고 구매했다는 A씨의 주장이었다.
김씨는 허위정보일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A씨는 구매견적서를 사진 촬영해 '인증샷'으로 게재하기 까지 했다. 사실이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문의해 본 결과 A씨가 받은 혜택은 GM대우와 관계된 회사에 재직중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협력사 할인'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 하청업체 단계별 구분, 10% 정도 할인
국내 완성차 시장이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사실상 독식하다 시피 했으나 日 도요타 자동차 '캠리'의 국내 진출을 신호탄으로 수입차의 대대적 공세가 만만치 않다.
'스테이츠맨', '베리타스' 등 사실상 '실패작'으로 풀이 죽어 있었던 GM대우 역시 빠지지 않았다. 해외에서 호평받고 있는 '라크로스'를 국내소비자 입맛에 바꾼 준대형 세단 '알페온'으로 탈바꿈 시킨 뒤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경쟁 차량으로 분류되는 현대차 그랜저(TG), 기아차 K7, 도요타 캠리의 경우 풀 체인지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거나 시장에서 부분 모델변경이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새제품' 측면에서는 알페온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중평이다.
이는 10월 현재 알페온에 대적할 또 다른 '신제품'이 사실상 없다는 의미다. 그런 알페온이 10%에 가까운 파격적인 할인을 한다는 소식은 구매 예정자들 입장에서는 반가우면서도 아리송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 비밀은 '협력사 할인'에 있다.
업계에 따르면 GM대우는 부품을 납품하거나 서비스를 교류하는 등의 하청업체들을 1차, 2차로 구분해 10% 정도의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가족세일'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령 차량의 바디를 구성하는 강판을 GM대우에 납품하는 포스코 직원들은 누구나 GM대우 차량 구입 시 차량가의 10% 만큼의 비용을 할인 받을 수 있다.
3900만원선인 알페온 3000cc(슈프림)를 3500만원선에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GM대우 관계자는 "300개 이상의 업체가 GM대우 협력사로 분류돼 있다"며 "GM대우에 재직중 이거나 각각의 협력업체에 소속된 직원이라면 누구나 차 값의 10% 정도를 할인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영업 전략 상 매달 차랑에 대한 (할인) 판매조건이 나오지만 협력업체 할인은 이와 중복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 "'협력사' 지위를 갖고 있는 지인들을 찾아봐야겠다"
타 완성차 업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르노삼성, 현대기아차, 쌍용자동차 등도 자사 직원들의 근무연차에 따른 할인 요율만 소폭 달리 적용될 뿐 전반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협력사 할인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직원 당사자 1인에게만 할인을 허용하는 경우, 혹은 직계가족에게 까지 할인혜택이 확대되는 경우 등 미세하게나마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신형차량이나 구형차량에 대한 구분은 공통적으로 없다.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의 가짓수는 대략 5000개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광범위한 협력사 범위, 즉 '상시할인'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의 범위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협력사 밖'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탄성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다.
직장인 강모씨는 "차를 구입하기 이전 주변에 '협력사' 지위를 갖고 있는 지인들을 찾아봐야겠다"며 "말만 잘하면 몇 십 만원이라도 할인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씨는 "10%씩이나 할인을 해도 남는 장사라는 말인데 차량 한대를 팔면 얼마의 이익이 발생하는지 궁금하다"며 "할인해서 차량을 구입한 뒤 바로 되팔면 그 만큼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 업체 관계자는 "직원 또는 협력사 할인을 통해 차량을 구입한 경우 일정 기간 동안 매매가 금지되도록 각 완성차 업체 별로 기준을 정하고 있다"며 "통상 2~3년 정도로, 시세차익이 발생되는 경우는 감가상각으로 인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