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최미혜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의 자존심을 건 '월드컵 마케팅 대전'이 불을 뿜고 있는 가운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국제규모 스포츠 행사 때 마다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온 전자-통신 업계에서는 양극화 현상마저 감지되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간판' 선수들을 '싹쓸이'한 삼성전자가 LG전자를, 통신업계에서는 '붉은악마'와 더불어 '공식 응원가'까지 거머쥔 KT가 SK텔레콤을 각각 따돌린 분위기다.
◆ 박지성-이청용 '업은'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박지성과 이청용, 박주영 등 '이름값'이 높은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을 신형 '파브 3D TV'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월 '3D LED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한 이후 지난달 말까지 국내에서만 2만대 가량을 판매하는 등 세계 전체 시장에서 27만 대를 팔아 치웠다. 전체 3D TV 판매량의 90%에 달하는 수치다.
국내 판매율은 4월 말 대비 5월 첫 주에만 50%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이같은 상황은 5월 들어서도 꾸준히 이어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월드컵 시즌인 6월 한 달 간 해당 제품을 주문하는 소비자에 한해 24시간 내 신속 배송을 해주는 체제를 갖추는 등 월드컵 마케팅의 '정점'을 찍고 있다.
LG전자는 사정이 다르다.
월드컵 마케팅에 '올인'하지 않아 앞서 언급한 스타플레이어들을 삼성에 내줬다는 것이 LG전자가 밝힌 표면적 이유다.
이 업체가 새로 선보인 '인피니아 3D TV' 광고에는 상대편 골문을 향해 슛을 날리는 '신원미상'의 국가대표 축구선수만 등장할 뿐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월드컵이 (마케팅에 있어) 중요한 행사이긴 하지만 기업의 명운을 가를 정도는 아니다"라며 "TV사업을 국내에서만 하는 것이 아닌 만큼 광고도 전세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컨셉에 맞춰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해외에서도 활용될 광고에 (해외 인지도가 떨어지는) 이청용 선수를 모델로 기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월드컵 특수'라는 단기적 관점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보다 한 달 늦게 3D TV를 출시한 LG전자는 지난달 말까지 국내 시장에서 6000대 수준의 판매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마케팅 경쟁에서 사실상 삼성전자에 밀렸다고 보기에 무리가 없다. LG전자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 붉은악마-응원가 '힘입은' KT

붉은악마가 대규모 거리응원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KT가 업계 라이벌인 SKT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붉은악마와 손을 잡기도 했었던 SKT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 이어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응원전' 주도권을 KT에 내 준 셈이다. 응원주도권이 곧바로 마케팅주도권으로 연결될 개연성이 커 SKT의 심기를 자극한다.
SKT 관계자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가 후원했던 붉은악마를 2006년부터 KT(당시 KTF)가 후원하기 시작했다"며 "붉은악마는 2006년 월드컵 때 더 이상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어떤 형태로든 (KT의) 후원을 받고 (KT) 기업광고에 쓰이는 응원가를 부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SKT가 후원하는 시청광장 응원의 경우 특정 기업이 사용하는 응원가를 모두 배제한 순수 응원문화를 지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T와 분명한 선을 그은 'My way' 마케팅전략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다만 붉은악마의 행보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는 점에서 이번 월드컵에 대한 우울함, 즉 KT의 '마케팅그늘'에 가려졌다는 불쾌감이 SKT에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KT와 SKT가 벌이는 월드컵 '장외전'에서 어떤 기업이 승리의 '마케팅 성적표'를 받게 될 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