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시중자금 '은행으로 은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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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시중자금 '은행으로 은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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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지만, 은행으로의 시중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의 동반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데다 남유럽 재정위기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감 등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중銀 총수신 19조 급증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외환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총수신은 지난달 말 현재 774조5644억원으로 전월말보다 19조1044억원(2.5%)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총수신은 3월 10조8811억원 급감한 데 이어 4월에도 1조1019억원 감소했지만, 지난달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사실상 제로 금리인 단기 요구불 예금이 급증한데다 정기예금도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요구불예금은 지난달 말 177조5897억원으로 10조608억원(6.0%) 급증하면서 석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2008년 말 이후 월중 증가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정기예금은 348조6452억원으로 11조2226억원(3.3%) 증가하면서 올 들어 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5개월간 증가액은 51조6928억원에 달하고 있다.

정기적금도 2989억원(1.2%) 늘어난 25조5804억원으로 두 달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반면 펀드 잔액(기업은행 제외)은 72조6350억원으로 1조3325억원(1.8%) 줄어들면서 4월(-1조8457억원)에 이어 두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 등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환매가 늘어난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예금 증가 이유는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신규취급액 기준 순수저축성예금 금리는 연 2.89%에 불과했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인 점을 고려할 때 세금을 빼고 나면 실질금리는 오히려 마이너스인 셈이다.

5월에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예금금리도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달 물가상승률(2.7%)을 감안하면 만기 때 원금 이외에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는 셈이다.

이처럼 예금 금리가 낮은 데도 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이유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달 남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고, 이 때문에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이나 단기 정기예금 등에 자금이 몰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고 있다. 모 은행의 경우 지난달 정기예금 증가액 3조 원 가운데 개인 자금은 2천억원 가량이며 나머지는 기업자금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보다는 현금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70원대까지 치솟자 외화예금에 가입한 기업들이 달러 일부를 원화로 바꿔 예치한 점도 예금 증가에 한몫했다. 지난 3~4월 법인세, 부과세 납부 등으로 국고로 환수됐던 자금이 다시 풀리고,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도 수신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개인들은 금리가 낮은 정기예금보다 정기적금을 선호한다. 최근 은행들도 금리인상에 대비, 안정적인 자금 조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적금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 정기예금금리(신규취급액)는 2.88%이지만, 정기적금은 3.29%로 예금보다 더 높았다. 통상 목돈을 맡기는 정기예금 금리가 소액 적금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4월부터 정기적금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적금은 적은 돈으로 가입할 수 있고, 금리도 높은 편이어서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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