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박준응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진로 부당내부거래 정황을 밝혀내고 강도 높은 후속조치에 돌입했다.
공정위는 15일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 서영이앤티를 장기간 부당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총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하이트진로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2008년 총수 2세인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부터 10년간 5가지 법 위반을 저질렀다.
먼저 하이트진로는 과장급 인력 2명을 파견하고 6억원에 달하는 급여를 대신 지급했다. 이들 인력은 하이트진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전문 인력으로 하이트진로와의 각종 내부 거래를 기획·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하이트진로는 이전에는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2008년부터 2012년 말까지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통행세(공캔 1개당 2원)를 받았다. 이를 통해 해당 기간 동안 서영이앤티 매출 규모가 6배나 급증했고 당기순이익의 49.8%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제공받았다.
2013년 1월부터 2014년 1월 말까지는 공캔 통행세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이를 통해 서영이앤티는 1년 1개월 동안 59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확보했다. 해당 기간 영업 이익의 20.2%에 달하는 이익도 제공받았다.
공정위는 이를 공캔 거래가 계열사 간 거래여서 법위반 적발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외형상 비(非)계열사 거래로 대체하기 위해 추진된 거래 행위로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2014년 2월 서영이앤티가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키미데이타에 25억원에 고가로 매각할 수 있도록 우회 지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서해인사이트 주식 매각 금액을 하이트진로의 미래 수익 보장이 없었다면 책정됐을 정상 가격 14억원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으로 판단했다. 또 이 사례를 하이트진로가 제3자(키미데이타)를 통해 서영이앤티에게 매각 차액만큼 이익을 제공하고 서해인사이트에는 용역 대금 인상 형식으로 이를 분할 상환해주는 우회 지원을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공정위 조사결과 박 본부장은 이 같은 주식 매각작업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대표이사 결재와 총수2세 관여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의로 용역 대금 인상 계획 결재란과 핵심 내용을 삭제한 허위자료를 제출했다가 공정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는 2014년 9월부터는 삼광글라스에게 공캔과는 전혀 무관한 글라스락캡 구매 시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이 같은 글라스락캡 통행세 거래는 공정위 조치가 임박한 2017년 9월 말에야 중단됐다. 이에 따라 서영이앤티는 해당 기간 동안 323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확보하고, 해당 기간 당기순이익의 1,309.9%에 달하는 이익을 제공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10년에 걸친 하이트진로의 부당지원 행위로 인해 공정거래 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자신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부당하게 사업 기반을 강화한 서영이앤티는 중소 기업 시장에도 침투해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총수2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토대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서영이앤티는 2007년 12월 박 본부장의 지분(73%) 인수로 이듬해 2월 하이트진로에 편입된 이후, 동일인(박문덕)의 지분 증여, 기업 구조 개편 등을 거쳐 2011년 현재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한 그룹 지배 구조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총수가 단독지배(주력회사 하이트맥주 26.9% 보유)하던 구조에서 서영이앤티를 통해 2세와 함께 지배(지주회사 하이트홀딩스 57.2% 보유)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이에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하이트진로에 79억4700만원, 서영이앤티에 15억6800만원, 삼광글라스에 12억1800만원 등 총 10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하이트진로 법인과 박태영, 김인규, 김창규 등 개인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하이트진로의 허위자료 제출 행위에 대해서는 법인과 해당 직원에게 각각 1억원과 1천만원의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