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불법적인 보험사고는 들어본 적도 없다." (A보험사 관계자)
동부화재의 최근 고객정보 무단도용 사건(본보 13일자 참조)에 대해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상식 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보험소비자연맹(이하 보소연) 측은 해당설계사만 조사하면 진위여부가 쉽게 가려질 수 있는 문제라며 동부화재 측의 행태에 강한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그런 가운데 본보와 뒤늦게 연락이 닿은 동부화재 측은 사건 전후 관계를 파악중이라는 이유로 또다시 입장표명을 보류했다. 피해자 김모씨와 담당설계사가 인척관계라는 사실만 짧게 밝혔다.
◆ "형사처벌 까지도 될 수 있는 사안"
업계에 따르면 명의도용을 통한 보험상품 가입은 '설계사 개인' 또는 '지역지점'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기존 가입자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했던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개인정보에는 상품대금 결제를 위한 자동납입계좌나 신용카드정보, 주민등록번호, 자필 서명 등이 들어있다. 명의가 도용된다 하더라도 이 범위의 정보만이 악용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런 맥락에서 동부화재의 이번 사건은 온도차가 크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기존 가입자인 김씨가 최초 가입상품 결제수단으로 사용한 '신한카드'가 아닌 엉뚱한 '롯데카드'가 명의도용에 활용됐다는 점에 주목된다.
김씨 소유의 모든 신용카드에 대한 정보를 동부화재 측이 '뒷거래'를 통해 입수, 새로운 보험상품에 가입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김씨가 아닌 '제3자'의 명의로 보험상품에 가입됐다는 대목도 의문이다. 카드결제계좌에서 자신도 모르는 보험료가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카드소유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실적부풀리기'가 목적인 개인 혹은 조직의 명의도용사건이라 하기엔 위험부담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사건 원인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난감해 했다. 국내 보험업계 사상 초유의 사건인 탓에 마땅한 '멘트'가 없었던 탓이다.
A사 관계자는 "이런 사고사례는 들어본 적도 없고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라며 "김씨의개인정보가 다른 경로를 통해 동부화재 측으로 유출 된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보험업계에 이런 일이 발생돼서는 안 된다"며 "주도자가 누구인지만 확인 된다면 형사처벌 까지도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B사 관계자는 "김씨가 동부화재에 가입 당시 사용했던 카드가 아닌 다른 카드가 명의도용 됐다는 대목이 가장 의문"이라며 "어떻게 그런 일이 발생됐는지 모르겠지만 동부화재의 본인정보 확인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동부화재 설계사들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명의도용과 같은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들에 대한 관리책임은 분명히 회사(동부화재)에 있다"고 잘라 말했다.
◆ "김씨와 설계사가 모녀관계로 확인됐다"
보소연 측은 의외로 간단한 문제해결책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보소연 관계자는 "김씨의 '롯데카드'로 보험상품에 가입된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상품을 판매한 설계사가 있을 것 아니냐"며 "그 설계사가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 '키(Key)'"라고 역설했다.
그는 "동부화재 측은 그 설계사만 찾아 김씨의 명의를 도용한 정황을 캐물으면 된다"며 "피해자인 김씨 역시 해당 설계사의 정체에 대해 동부화재 측에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그는 "보험상품 계약자와 대금이 결제되는 신용카드의 명의자가 다른데 어떻게 동부화재 측이 (보험상품 판매) 승인을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불법성 여지가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동부화재 측은 진위여부 파악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도 김씨와 설계사가 모녀관계 임을 언급, 단순 '해프닝'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회사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 이번 사건과 관련한 답변을 재촉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늦어지고 있다"며 "김씨와 접촉해서 문제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그는 "김씨의 명의를 도용한 설계사가 김씨의 어머니로 밝혀져 일반적인 명의도용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다른 정황은 내부적으로 파악 중이라 확인되는 대로 <컨슈머타임스>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