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저작권법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지방 국립대 교수 김모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사립대 교수 2명에게도 벌금 1500만원을 확정했다.
검찰이 2012년 말 학계의 불법 표지갈이 관행을 대대적으로 적발한 이후 처음으로 사법부의 최종 유죄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검찰은 당시 표지갈이에 가담한 대학교수 179명과 출판사 임직원 5명 등 184명을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또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대법원은 "저작자가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해 저작물을 공표한 이상 범죄는 성립하고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법리에 따라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2010년 9월 자신이 쓰지 않은 '전기회로' 관련 서적에 자신의 이름을 공저자로 표시해 발간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기소됐다. 그는 이 서적을 교원 업적평가 자료로 학교에 제출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도 있다.
다른 두 명의 교수 역시 자신이 저작자가 아닌 이 책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학교에 교원 업적평가 자료나 교수 재임용 평가자료로 제출한 혐의(저작권법위반 및 업무방해)를 받았다.
1심은 책이 최초 발행된 후 오∙탈자를 수정해 다시 발행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것은 저작권법이 처벌하는 '공표'(公表) 행위가 아니라며 저작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업무방해죄만 유죄로 보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저작권법상 공표는 '저작물을 공연, 공중송신 또는 공중에게 공개하거나 저작물을 발행하는 것'으로 보고 저작자를 허위 표시하는 대상이 되는 저작물이 이전에 이미 공표된 적이 있더라도 범죄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저작권법 위반도 유죄로 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 등은 실제 저작자가 동의한 가운데 공저자로 책을 발행했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한편 비슷한 표지갈이 수법으로 연구성과를 부풀린 국립대 교수 김모씨와 임모씨도 같은 날 대법원에서 각각 벌금 1500만원과 1000만원을 확정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