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2년 KT가 수백만명의 고객명의를 도용해 자사 정액요금제에 가입시켰다가 정부당국의 '철퇴'를 맞은 사건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4월 현재까지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일부는 KT를 상대로 지난해 말 '1차소송'에 이어 최근 '2차소송'까지 추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KT측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이렇다 할 문제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 "8년 간 80만원 이상을 KT측에 이유 없이 낸 것"
주부 박모(서울 노량진동)씨는 KT 집전화가 사용량에 비해 요금이 많이 나온다는 의심을 근래 들어 품게 됐다. 사용료가 자동이체 되는 통장을 우연히 확인한 뒤부터다.
자신을 포함한 가족(남편, 아들) 모두 직장생활 및 휴대폰 사용으로 인해 집전화를 쓸 일이 거의 없었으나 2만원 가까이 요금이 부과돼 있었다.
박씨는 KT측에 문의했다. 그런데 뜻밖의 말을 전해 들었다. 1만원에 가까운 시내∙시외통화 맞춤형 정액제 상품에 명의자인 본인도 모르는 사이 가입돼 있었다.
박씨의 항의에 KT측은 뒤늦게 환불 등의 조치를 취해 주겠다는 답변만 내놨다.
박씨는 "2002년 12월부터 정액요금제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KT측이 알려줬다"며 "대충 따져봐도 8년 간 80만원 이상을 KT측에 이유 없이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액요금제 가입 동의의사를 KT측에 밝힌 바 없다"며 "KT측이 이러한 사실을 수년 간 숨겨왔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격분했다.
박씨와 같은 피해사례와 항의성 글은 한국소비자원과 같은 소비자 채널을 비롯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접수된 날짜와 연도는 제각각이다.
최초 문제가 제기된 2002년 이후 '가해자 격'인 KT측이 근원적 처방을 내놓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온라인상에는 'KT피해자들의 정보공유와 집단소송' 이라는 '안티KT' 동호회(회원수 4200여명)가 법조인 주도로 개설돼 있기까지 하다. 이들은 앞서 언급한 KT측의 행태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4월 현재 추가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 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전상욱 변호사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말부터 진행중인 (KT측의 명의도용에 대한) 1차 소송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통상 6개월 정도면 소송 결과가 나오나 (명의 도용의) 증거가 KT측에 있어 법적 절차가 복잡해 (소송진행이) 빠르지 못하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이와 별개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어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KT측이 고객들의 명의도용을 했다는 사실관계에 변함이 없다"며 "원고(피해자, 동호회) 측이 (1, 2차 소송 진행과정 및 최종 판결에 앞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 소송 맡은 전상욱 변호사 "피해자가 유리"
KT측은 말을 아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피해자 양산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깔끔한 대책 있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피해자 범위에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뒤 "문제해결을 위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고객들의 정액요금제 부당 가입여부를 파악한 뒤, 요금을 환불하는 등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에 직면한다.
이 관계자는 "요금청구서와 휴대전화 문자 발송 등을 통해 정액요금제 가입 사실을 알리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경우에만 보상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눈 가리고 아웅' 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한 소비자는 "KT 집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농촌지역 노인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경우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 아니냐"며 "내부 직원들이 발품을 팔아서라도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KT가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KT는 앞서 언급한 행태와 관련해 정부당국의 시정명령을 받은바 있으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요구로 일부 언론에 사과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