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과 싸우는 일도 이제 지친다"
오픈마켓 이베이옥션(이하 옥션)이 '하자' 제품을 판매하고도 '반품거부' 행태를 보여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성능하자는 물론 중고품으로 의심되는 흠집 등에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에게 '객관적 증빙자료'를 요구하며 한달 가까이 실랑이를 벌여온 탓이다.
옥션 측은 본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논란 확산을 우려한 듯 다급히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급한 불 끄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성능 문제에 '사용흔적' 까지(?)
제보에 따르면 이모(서울시 서초구)씨는 지난 3월 옥션에서 족욕기를 구입했다.
이씨는 제품설명서에 따라 족욕기에 물을 넣은 뒤 온도가 상승하기를 기다렸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록 가열되지 않아 의아해 했다.
더욱이 제품 곳곳에는 '물 때'로 보이는 얼룩과 흠집 등 타인의 사용흔적이 발견됐다. 이씨는 제품 성능하자에 이어 '중고품' 의심마저 들었다.
이씨는 즉시 옥션 측에 반품을 요구했다. 하지만 옥션 측은 이씨에게 "제품의 문제에 대한 객관적증빙자료를 제출하라"며 거절했다. 자체 시험결과 제품 품질에 이상이 없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이씨는 옥션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이 같은 양측의 실랑이는 한 달 가까이 이어졌다.
이씨는 "제품 설명서에 명기된 온도만큼 물이 가열되지 않을뿐더러 제품 여기저기서 찌든 때가 발견됐는데도 옥션 측이 반품을 거절한다"며 "옥션과 싸우는 일도 이제 지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옥션 측은 그간의 처리지연 사실을 인정했다. '뒤늦은' 반품처리 진행의사도 전했다.
◆ 옥션, 취재 시작되자 꼬리↓
옥션 관계자는 "판매자와 소비자의 주장이 달라 시비를 가리기 어려웠다"며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결론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판매자와의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돼 반품처리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제품의 하자 여부를 면밀히 조사하는 대신 소비자의 피해사실을 일부 인정하고 문제를 마무리 지었다는 설명이다.
한 달 가까이 풀리지 않던 문제가 취재 요청 하루 만에 해결된 셈이다.
다만 그는 제품에서 발견된 '사용흔적'에 대해 "중소기업에서 제조한 제품의 경우 마감상태가 깔끔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중고품' 의혹을 일축했다.
옥션 측에 대한 여론은 따가운 분위기다.
한 소비자는 "언론을 통해 문제가 크게 부각될까 옥션 측이 급히 꼬리를 내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반품요청을 수락한 것은 '제품 하자'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새 제품에서 작은 흠집만 발견 되도 사용하기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옥션의 자사 반품 정책에 이러한 소비자들의 보편적인 심리를 더욱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