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전문업체 민병철어학원(이하 BCM)이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혔다.
분원 원장인 A씨가 최근 수강료와 건물임대료 전액을 빼내 잠적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사건에 당황한 BCM 측은 A씨에 대한 법적소송을 진행함과 동시에 피해 수강생들에 대한 구제방안을 마련하는 등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과의 견해차가 워낙 큰데다 유사사건 재발방지 개연성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BCM 측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 원장 A씨, 수강료 들고 '잠수'... 당황한 BCM
제보에 따르면 정모씨는 지난달 BCM 시화분원(경기 시흥, 이하 '분원')을 방문, 4개월치 강의를 한꺼번에 접수했다. 강의료는 일괄 선납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황당한 일이 발생됐다. 분원 원장 A씨가 4월 개강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서 회원들의 수강료 전액을 들고 잠적해 버린 것이다. 확인 결과 건물 임대계약을 비롯 학원폐업신고까지 마무리된 상태였다.
정씨는 BCM 본원(서울 서초동, 이하 '본원')에 수강료 환불을 요청했으나 거부 당했다. A씨에게 상호만 빌려줬을 뿐 법적인 환불책임은 없다며 '우리도 피해자'라는 논리를 본원 측은 앞세웠다.
다만 본원 측은 사과의 의미로 정씨를 포함한 피해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2개월 무료강의를 실시했다.
그러나 수강생들의 실력에 따른 안배 없이 일방적으로 수업이 진행돼 '생색내기용'으로 보였다는 것이 정씨의 주장이다.
정씨는 "적게는 2개월에서 많게는 10개월까지 수업을 한꺼번에 등록한 사람도 있는데 (본원 측은)무조건 2개월만 (무료강의를) 해주겠다고 한다"며 "'민병철'이라는 이름을 보고 학원을 등록한 것인데 본원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조용히 일을 마무리 하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본원 측은 억울함 호소와 피해자 최소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 회사 관계자는 "A씨가 수강료를 가지고 잠적했다는 소식에 우리 역시 당혹스러웠다"며 "직후 경찰서를 통해 A씨에 대한 소송준비를 끝마쳤다"고 밝혔다.
그는 "A씨로부터 '민병철 어학원' 상호 사용에 따른 가맹비도 일부 받지 못했다"며 "우리(본원)도 피해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분원이 위치한) 건물주는 나중에 이 같은 사실을 접하고 2개월 정도 장소를 임대해주는 배려를 해 줬다"고 덧붙였다.
정씨가 앞서 밝힌 본원의 '2개월 무료강의'의 배경인 셈이다.
◆ "2개월간 피해보상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
그는 "문제는 장기계약한 수강생들 중 학원비를 전액 선납한 상태에서 중간에 1~2개월 정도 쉬다가 다시 나온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라며 "이를 A씨가 자료로 남기지 않아 피해자 보상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회원 개개인의 잔여 수강분이 서류상으로 남아있지 않아 보상책 마련이 난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피해 수강생들의 손해를 모두 해결해 주고 싶지만 이들에 대한 증거서류가 부족해 사실상 힘들다"며 "2개월간의 무료 수업을 진행하면서 계속적으로 피해보상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어학원 측의 관리소홀을 꼬집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어학원 측의 문어발식 분원확장이 문제를 촉발시킨 1차적 원인"이라며 "분원 원장이 될 수 있는 내부 기준을 마련해 철저히 걸러 냈다면 이번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본원과 분원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고, 그 책임은 당연히 본원에 있다"며 "'민병철어학원'이라는 브랜드 파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영어 사교육시장이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급팽창하고 있는 시점에서 BCM이 예상치 못한 '덫'에 발목을 단단히 잡힌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