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해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 환경부문에서 한국의 대기오염 수치는 38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봄철 흩날리는 황사와 꽃가루부터 한여름 극에 달하는 오존, 365일 일상이 돼버린 미세먼지까지, 하루하루가 공기와의 전쟁이다. 바깥 공기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집 안에서만큼은 맑은 공기를 마시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공기 질을 둘러싼 관련 업계의 고민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 [편집자주]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미세먼지란 10㎛(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의 부유 물질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10㎛이하(PM10)면 미세먼지, 2.5㎛(2.5PM) 이하면 초미세먼지로 분류한다. 중국발 황사, 자동차 배기가스, 담배연기, 음식 조리 연기 등이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민들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세먼지는 호흡을 통해 신체 각 기관에 직접 침투, 폐암을 비롯해 각종 중대 질병을 일으킨다.
이에 건설사들은 별도 공기청정기 없이도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해 자사 아파트에 적용하는 추세다.
◆ 단지 통째로 미세먼지 관리하는 아파트 등장
9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초미세먼지까지 제거 가능한 '공기청정환기시스템'을 개발해 작년부터 분양하는 아파트에 적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각 세대 거실과 방에 설치된 환기시스템에 미세먼지를 잡는 헤파필터와 냄새를 없애주는 카본필터를 설계함으로써 공기 정화와 환기를 동시에 수행한다.
최근엔 여기서 한 발짝 나아가 단지 단위로 공기를 관리하는 기술도 속속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자사 아파트 단지를 5구역으로 구분해 관리하는 시스템인 '5ZCS'(Five Zones Clean air System)'를 개발했다. 5ZCS는 한 단지를 △ 단지입구 △ 지하주차장 △ 동 출입구 △ 엘리베이터 △ 세대 내부 등 5개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에 맞춤 공기정화 솔루션을 가동한다.
단지입구에는 공기측정기가 설치돼 단지 내 공기정보를 입주민에게 제공한다. 지하주차장에서는 자동차 매연과 미세먼지가 기준치 이상으로 올라가면 전용 팬이 작동한다. 각 동의 지하층과 지상1층 출입구에는 별도의 센서와 환기시스템이 운영된다. 엘리베이터 내부엔 UV살균 램프와 광촉매필터가 장착된다.
실내에는 '스마트 공기질 관리 시스템'이 적용된다. 별도 센서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환기시스템이 먼지를 비롯해 온도, 습도, 일산화탄소(CO), 폼알데하이드(HCHO) 등 공기환경 정보를 수집∙제어한다.
삼성물산도 래미안 단지에 적용하기 위해 단계별 공기 관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IoT 홈큐브'는 삼성물산 주거성능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래미안 실내 미세먼지 측정 장치다. 공기 질이 안 좋을 경우 래미안의 주거관리 시스템인 'HAS'와 연동해 외부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자동으로 실내환기시스템을 작동한다. 올해 착공한 서울 강남 '래미안 아트리치'를 시작으로 확대 시공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삼성물산은 조리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감지하는 '먼지 센싱 렌지후드', 동 출입구 입장 전 고성능 필터를 통과한 청정공기로 의복과 신발의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25m/s 이상 고속으로 떼어 주는 에어 샤워룸, 미세 물입자를 보행로 공기 중에 분사해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쿨미스트 분사기계, 놀이터 미세먼지 알람 시스템 등을 개발, 앞으로 짓는 아파트에 적용할 방침이다.
현대건설은 '미세먼지 걱정 없는 힐스테이트'를 목표로 최근 미세먼지 관리 통합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미세먼지 감지 시스템 고도화와 통합 센서 개발, 입주고객을 위한 미세먼지 정보 전달 시스템 구축, 미세먼지 저감장치 자동화, 미세먼지 제거기술∙아이템 강화, 힐스테이트 사물인터넷(Hi-oT)과 연계한 청정 스마트홈 구현 등 5가지다.
현대건설은 올해부터 미세먼지 제어 알고리즘 개발과 시스템 구축을 본격화해 내년 하반기 시범단지를 선정, 적용할 계획이다.
◆ 공적 영역서도 아파트 공기관리 적극 대응
민간기업뿐 아니라 공기업에서도 주거지 공기 관리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대처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부터 짓는 모든 공공분양∙임대 아파트에 미세먼지∙이산화탄소를 스스로 감지하고 환기하는 '스마트 환기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현행법상 공동주택에 설치되는 환기시스템은 거주자가 스위치와 타이머를 수동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라 실내 공기 변화에 즉각 대처하기 어렵다. LH 스마트 환기시스템은 실내공기 오염상태를 4단계로 감지하고 3단계 강도로 자동 환기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조작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