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권을 사이에 둔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다시금 발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복귀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면서 동생 신동빈 롯데 회장의 심기를 자극하고 있다.
잇단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이 완승을 거둬왔던 만큼 이변은 희박한 상태. '최순실 사태'에 연루돼 운신폭이 좁아진 신 회장의 약점을 공략하면서 '내 몫'을 요구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끝까지 싸우겠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6월 하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나서 자신의이사 복귀 안건을 제안키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6월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서 패한 뒤 "불법적으로 경영권을 찬탈한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고바야시 마사모토 최고재무책임자 등 현 임원진을 해임할 것"이라며 "롯데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발언의 연장선상이다.
자신의 의견 관철을 상수에 둔 사실상 '무한주총' 선언이다.
관련해 2015년 8월, 지난해 3월과 6월 세 차례의 주주 표결은 신동빈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지분율 28.1%인 광윤사를 제외한 종업원지주회(27.8%)와 관계사(20.1%), 임원 지주회(6%) 등은 신 회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경영적 판단착오에 따른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되거나 갑작스런 신분상의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분위기 반전이 요원하다는 얘기다.
그랬던 신 전 부회장에게 낭보(?)가 전해졌다.
최순실 사태에 휘말린 신 회장이 최근 횡령·배임·뇌물 등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것. 신 회장에 대한 재공세 타이밍 시기로 적절하다는 판단을 굳힌 계기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경영능력 허점이 드러났다'는 식의 논리를 주주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자신감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보복' 여파로 현지에서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본 피해 내용도 적극 알리겠다는 속내도 숨기지 않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시장 변화라 하더라도 지금의 (롯데) 경영진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불안감이 (롯데그룹 구성원들 사이에) 있다"며 "신격호 총괄회장님이 (롯데를) 직접 운영하실 때와 비교해 롯데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의 경영철학인 '고용창출'도 더딘데다 협력사들 사이에 갑질 문제도 터져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 "경영권 변화 전혀 없을 것"
그는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고바야시가 신격호 총괄회장님의 재산을 강탈한 것"이라며 "이를 되찾는 것은 물론 (신 회장) 개인이 아닌 (신격호-신동주-신동빈) 가족경영체제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라고 덧붙였다.
롯데 측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롯데의 정상적인 경영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6월) 주총에서도 경영권의 변화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그룹 독식을 우려한 사전 정지작업이란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신격호 회장의 건강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지금이 아니고서는 향후 (신 전 회장이 그룹 내에서) 입지를 보장받을 수 없지 않겠느냐"며 "동생에게 다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50년 역사의 롯데 금자탑을 쌓은 신 전 총괄회장의 명예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이미 추락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우리나라 산업계에 큰 상처가 난 것이나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