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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지난 주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40억원짜리 불꽃쇼를 보러 40만명이 운집했다. 멀리서 쇼를 감상한 인원까지 합하면 대략 100만명이 불꽃쇼의 순간을 함께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관람자 수만큼이나 쇼에 대한 반응도 다양하다.
롯데월드타워 공식 개장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저녁 9시, 카운트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터진 불꽃은 석촌호수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에 따라 123층∙555미터의 롯데월드타워를 오르내리고 하늘을 수놓았다. 타워 외벽 곳곳에 설치된 불꽃 발사 장치 750여곳에서 불꽃 3만여 발이 발사됐다.
이번 쇼는 프랑스 '그룹에프'(GroupeF) 작품이다. 그룹에프는 부르즈 할리파, 타이베이101, 에펠탑 등에서 불꽃 쇼를 연출한 팀이다. 팀원 29명은 지난달 말 73층∙123층 상부로부터 줄을 타고 내려가며 타워 겉면에 불꽃장치를 설치하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불꽃과 레이저의 향연은 음악 8곡에 맞춰 30분 동안 지속됐다. 불꽃 발사 시간만 세면 11분이다.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5분),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10분) 등 세계 유명 초고층 빌딩이 새해마다 여는 불꽃쇼보다 길다.
시민들은 일상에서 보기 드문 화려한 쇼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잠실한강공원에서 불꽃쇼를 관람한 한 시민은 "명당자리를 알아보고 와서 4시간 동안 기다린 끝에 불꽃쇼를 봤는데 '와' 소리밖에 안 나왔다"며 "기다린 보람이 있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송파구청 맞은편에서 쇼를 봤다는 다른 시민은 "행사 1시간 전 우연히 불꽃놀이 소식을 듣고 강남역에서 잠실로 달려갔다"며 "안 봤으면 후회할 뻔했다"고 했다.
당일 행사 전후로 빚어진 교통체증은 일부 시민들의 짜증을 유발했다.
불꽃쇼 전날인 1일 오후 10시부터 쇼 다음날인 3일 오전 6시까지 롯데월드단지와 석촌호수 사이 잠실로 지하차도의 교통이 통제됐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등 단지 전체가 통제구역으로 지정됐다. 쇼가 끝난 뒤 해산하는 차량들에 밀려 1시간 만에 겨우 잠실역을 벗어났다는 시민의 전언이다.
페이스북에 개재된 당시 영상은 반나절 만에 25만뷰에 다가섰다. 몇몇 관람객이 잘못 찍은 사진들은 '지구종말 샷'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커뮤니티에서 조회수를 높이고 있다. 특히 피날레에서 건물로부터 불꽃이 짧은 시간 동안 뿜어져 나오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에서 롯데월드타워가 마치 폭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페이스북 생중계와 사진으로 불꽃쇼를 접한 한 네티즌은 "빨간 불꽃이 발사될 때 건물이 폭격을 맞는 것처럼 보인다"며 "특히 피날레에서는 애써 지은 건물을 폭파시키는 듯 보여 재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불꽃놀이가 미세먼지를 악화시킨다'며 우려했다.
실제 독일에선 새해 밤새 열리는 불꽃놀이 이튿날 뮌헨지역 대기중 미세분진 농도가 유럽연합 기준치의 27배로 치솟았다는 분석이 공개됐다. 영국과 인도, 국내에서도 대규모 불꽃행사 다음날 비슷한 추이가 관측됐었다.
불꽃 양과 성분에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는 곤란하지만 불꽃이 대기질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공교롭게도 쇼 당일 '보통'이던 서울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이튿날인 3일 '나쁨'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롯데물산 측은 "불꽃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쇼에 사용된 불꽃은 분진과 티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장치불꽃'이며, 그 중에서도 화약 함유량이 적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인원이 모인 만큼 부상자도 속속 발생했다. 소방당국의 장비차량 36대와 소방인력 290여명 외에도 롯데 측 자체 안전지원∙경호 인력 1000여명과 송파구청 자원봉사인력 500여명이 현장에 배치됐지만 돌발상황을 완전히 막진 못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일 오후 6시부터 4시간여 동안 롯데월드와 석촌호수 인근에서 13명의 참가자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특히 7명은 눈 통증을 호소했는데 눈에 불꽃 잔여물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한편 롯데월드타워 측은 이번 불꽃쇼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과 효과 등을 고려해 연례행사로 정착시킬지 말지 결정할 방침이다. 불꽃쇼 대신 영상∙레이저쇼 등 대체 행사를 개발할 여지도 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어려운 때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기획된 행사"라며 "대체로 반응이 좋았지만 일부 불편해하는 시민들의 의견도 존중해야 하기에 연례행사로 발전시킬지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