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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우선미 기자] 오리온이 인적분할 후 지주사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30% 미만의 낮은 지분율을 보유한 오너가가 지배력을 강화하고 승계 구도를 잡기 위한 최적의 시나리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11월 제과사업부문을 '오리온'(가칭)으로 재상장하고, 투자사업부문은 '오리온홀딩스'(가칭)로 변경 상장해 지주사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존속하는 오리온홀딩스와 신설되는 오리온의 분할비율은 0.34%대 0.66%로, 보통주 1주를 10주로 액면분할 한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올해 5월 31일까지며 신주의 상장예정일은 7월 7일이다.
◆ 오너가, 적은 지분이 '약점'…인적분할-자사주 교환 '노림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오리온의 지주사 전환 목적이 오너가의 지배력 강화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주사라는 틀 안에서는 적은 지분율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데다 추후 승계 작업까지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리온을 이끌고 있는 이화경 부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87만5204주(14.56%)를 보유해 1대주주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어 남편인 담철곤 회장이 77만626주(12.83%)를 보유해 뒤를 이었다.
오너가 3세인 담경선씨와 담서원씨는 각각 3만1669주(0.53%)씩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이경재, 이규홍, 황순일씨의 지분 1580주(0.02%)를 더하면 오너가 우호지분은 28.47%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이화경 부회장 등 최대주주는 인적분할 시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력 강화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기본적으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회사가 인적분할을 할 경우, 사업회사에 대한 의결권이 있는 지분으로 전환된다. 29일 기준, 오리온이 보유한 자사주는 12.1%다.
이렇게 되면 이화경 부회장 등 오너가는 인적 분할 후 28.47% 지분으로 오리온홀딩스를 지배하고 오리온홀딩스가 12.1%의 지분으로 신설 오리온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주주 지분율이 낮으면서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이며 지난 2년간 흑자를 유지한 기업 중 대주주의 지분율이 30% 미만이면서 자사주의 비중이 10% 이상인 기업과 대주주 지분율이 30% 미만이면서 자사주의 비중도 10% 미만인 기업은 삼성전자, NAVER, 오리온, 매일유업, 삼진제약 등 약 24개로 추정된다.
◆ 지주사-사업사간 자사주 교환 금지 예정…시간 '촉박'
하지만 지주사 관련법이 올해 개정을 앞두고 있어 오리온은 지주사 전환을 위한 시간이 촉박하다. 지난해 7월, 자사주에 대해 분할된 신설사의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어 인적분할 시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 분할 신설사의 신주를 배정받는 경우 신주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발의됐다. 이는 자사주를 활용함으로써 대주주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국회 통과라는 난관이 남아있어 시행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입안 과정에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그룹 입장에서는 지주사 전환 추진 시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완료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내년 7월부터 지주회사 자산 총계 요건이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오리온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는 3290억원이다.
◆ 지주사 전환 후 승계구도로 전환할까…실탄은 배당금
신설사인 오리온의 재상장이 마무리하고 오리온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면 승계구도로 바꾸기 위해 오너가의 현물출자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물출자를 위한 실탄은 배당금이다. 지난 2013년 1주당 300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던 오리온은 2014년 배당금을 6000원으로 2배 늘린 후 3년 동안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너 일가가 최근 3년 동안 가져간 배당금은 매년 90억여원씩 270억원에 달한다.
최근 오리온 내부에서는 오너일가가 영업이익을 높인 후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받기 위해 올해 들어 영업 관련 부서에 실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내 및 중국 제과부문의 실적 부진에 사드까지 겹쳐 영업이 힘든 상황이라 불만의 목소리는 높다.
오리온 관계자는 "오리온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스포츠토토가 지난 2015년 6월 30일 웹캐쉬에 매각된 이후 상부의 영업실적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스포츠토토는 2014년 2640억원, 2015년 상반기 1375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담철곤 회장 자녀들의 지분율이 0.53%로 미미해 배당금 확대를 통해서 오너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승계 작업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