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련 및 대한상의와 더불어 우리나라 경제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이수영(68) 회장이 19일 사의를 표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지난해 노조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등 6년간 경총 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 아래서 신임 회장이 역할을 잘 수행해 주길 바란다"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의 사의 표명은 주변에서 미리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경총 고위관계자는 "노사문제를 다루는 경총 회장 자리는 힘든 자리여서 맡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 회장께서 2년 임기를 세 차례나 채운터라 또 다시 맡아달라고 권유하지 못할 상황에서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장의 사의 표명은 외부의 입김이 작용했다기 보다는 스스로 결정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OCI(옛 동양제철화학) 회장인 이 회장은 2004년 3월 경총 회장을 처음 맡아 민주노총 위원장과 한국노총 위원장을 잇달아 만나는 등 '대화'를 통해 노사관계를 풀어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해 노사정이 함께하는 협상테이블에 나가 사용자 측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경총 관계자는 "이 회장은 작년 초 글로벌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을 때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사측은 고용안정을 약속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면서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 노동계를 상대로 협상하느라 심신의 피로가 적지않게 쌓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회장은 2년 전에도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주변의 권유로 한 차례 더 맡았던 것"이라며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3월 안에 후임자를 정해주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사의를 밝힘에 따라 경총은 이날 정기총회에서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을 대표로 하는 회장추대위원회를 구성해 후임 회장을 찾기로 했다.
회장추대위에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등 경총 회장단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적임자가 있었다면 오늘 정기총회에서 이 회장과 바통 터치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회장추대위가 여러 재계 인사들을 만나보고 나서야 후임자가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60대 후반의 나이임을 감안할 때 이보다 젊은 60대 초반의 인사가 새 회장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