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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우여곡절 끝에 취임한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이 잇단 큼직한 이슈에 파란만장한 반년을 보냈다. 회사 매각을 비롯해 남은 과제가 산더미인 가운데 박 사장이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 내부 반발 헤쳤지만…회계 이슈에 신용등급 위기까지
박 사장은 대우건설 사상 최초의 외부출신 사장이다.
1979년 현대산업개발 평사원으로 입사해 현대산업개발 사장까지 오른 박 사장은 작년 8월 대우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의 첫 임무는 내부 반발을 다잡고 조직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대우건설 직원과 사외이사 등이 박 사장의 선임을 끝까지 결사 반대했기에 여론이 좋지 않았다.
박 사장은 취임 직후 조직 통폐합을 실시했다. 기존 14개 본부∙118팀의 조직을 11개 본부∙101팀으로 축소하며 업무 추진력을 본격적으로 입증하는 듯했다.
그러던 중 부실회계 의혹이 가시화하며 위기가 찾아왔다.
대우건설은 작년 11월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3분기 보고서 검토의견을 거절당했다. 안진은 대우건설이 향후 투입될 공사 대금이 얼마인지 추정할만한 근거 없이 '공사 중 원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우건설이 또 분식회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며 주가가 5200원대로 폭락했다.
의심이 거둬질 줄 모르자 대우건설은 올 초 '빅배스'로 돌파구를 모색했다. 사우디 자잔 현장에서 4500억원을, 알제리 RDPP플랜트현장에서 1100억원을 각각 잠재손실 처리했다. 이에 따라 별도 기준으로 작년 매출액 10조9857억원, 영업손실 5030억원을 기록했다.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평가에 주가는 6000원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대우건설 회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으로 낮췄다. 경영 추이에 따라 추가하락도 가능하다고 암시했다. 1단계 더 떨어지면 대우건설 신용등급은 'BBB+'가 된다. 이럴 경우 대우건설은 상당수 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를 인수해야 해 대규모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대거 부실 반영이 이뤄진 만큼 올해 박 사장은 실적을 정상화해야 한다. 작년도 사업보고서와 이후 분∙반기 보고서에서 적정의견을 받아 회계 투명성을 입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측은 지난해 실적에 미반영된 클레임 유입 등을 고려하면 올해 흑자전환이 확실하다는 입장이나 시장에선 해외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올해도 '산 넘어 산'
올해 최대 과제는 단연 회사 매각이다.
작년부터 본격화된 대우건설 매각 작업은 번번이 흐지부지됐다. 처음엔 매입가격 대비 반토막 난 주가에 가로막혔고 이후에는 분식회계 의혹에 발목을 잡혔다. 빅배스 이후 분위기가 잠시 좋았지만 주가가 추가 상승동력을 얻지 못하면서 매각 연기설이 나오고 있다.
해외 부실을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하는 사업구조를 탈피하는 것도 우선순위 높은 과제다.
이를 위해 대우건설은 지난해부터 국내 주택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작년 총 2만8666가구를 분양하며 업계 1위 기록을 8년째 지켰다. 올해도 국내에서 대규모 사업을 연이어 따내며 초반부터 국내 사업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박 사장 본인부터 시작돼 꼬리를 무는 '낙하산 의혹'을 어떻게 수습할지도 관심사다.
박 사장 취임과 비슷한 시기에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우주하 전 코스콤 사장은 낙하산 논란을 완전히 벗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올 초 임기가 만료된 나머지 사외이사 3명 자리에도 낙하산 인사가 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시장의 관심은 작년도 사업보고서와 이달 말 열리는 주총에 쏠려 있다. 16일 공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연말결산 감사에서 '의견적정'을 받았다.
박 사장이 올 초 본인이 언급한 주역의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아무리 힘든 상황이 와도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헤쳐 나갈 수 있다), 삼국지의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라) 등 구절처럼 주도적인 변화를 보여줄지 업계의 관심이 비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