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료사진) |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두고 삼성과 CJ가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 영상 촬영 배후에 CJ가 직·간접적으로 얽힌 정황이 포착되면서 장기간 이어져 온 양측의 감정싸움이 다시금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인범죄'에 방점을 찍은 CJ는 연관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검찰 수사가 시동을 건 만큼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최 측근이 관여했다는 의문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미래전략실 해체에 따른 여파와 더불어 사건 무마를 조건으로 뒷거래를 했다는 설 앞에 놓인 삼성은 예전같은 기민한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사촌 관계인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이재현 CJ 회장은 저마다의 사유로 일선에 나설 수 없는 '부재중' 인 상태. 향후 대립은 대리전을 지나 법정싸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까지의 상황과 향후 전망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해본다.
Q. CJ가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는데.
==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는 CJ 본사와 주력 계열사인 CJ대한통운, CJ제일제당, CJ헬로비전 본사를 상대로 각각 부분적 압수수색,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른바 '이건희 동영상' 제작과 연관된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였다.
앞서 지난달 25일 검찰은 이건희 회장의 동영상 촬영을 주도한 혐의로 전 CJ제일제당 부장 S씨를 구속했다. 동영상 제작에 가담한 그의 동생과 L씨도 구속한 상태다.
Q. 이재현 회장 최 측근 A씨가 연루됐다는 설이 있다
== '이재현 금고지기'로 통하는 CJ 핵심 인사 A씨가 S씨와 e메일 등을 통해 수 차례 접촉했다는 정황을 검찰이 잡았다고 한 언론이 보도했다. A씨는 CJ내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수사 초기라 구체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CJ 관계자는 "A씨가 재무팀을 맡고 있을 때 S씨가 (A씨에게) 접근했다"며 "(동영상 거래를 빌미로).돈을 받아내려면 A씨를 찾을 수 밖에 없지 않았겠느냐"고 해명했다.
Q. CJ 내부가 뒤숭숭 하다는데.
== 그렇다. 진위여부를 떠나 검찰의 압수수색은 통상 자체 검증된 물증이 확보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번 압수수색의 배경에 있다고 보면 된다. 핵심 계열사들이 거론되고 있는 데다 검찰이 어떤 카드를 쥐고 있는지 알 수 없어 CJ입장에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CJ 한 직원은 "한 다리만 건너면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다 보니 혹시나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 거론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런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Q. 삼성이 동영상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데 사실인가.
== 검찰은 동영상을 촬영한 S씨 일당과 삼성 사이에 사건 무마가 목적인 3억원 가량의 금전거래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S씨의 증언 확보를 포함해 자금 출처 등을 확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삼성 측은 "회사 차원의 자금집행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개인 차원의 자금집행 개연성은 열어둔 것이어서 향후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이 회장의 순수 개인 자금인지, 회삿돈이 일부 섞였는지, 삼성 측의 누가 선씨 형제에게 돈을 전달했는지 등이 단계적으로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Q. 삼성과 CJ의 해묵은 감정이 배경이라는 분석에 대해.
== 이재현 CJ 회장의 아버지인 고 이맹희 씨는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2012년 2월 7000억원대 상속재산 소송을 냈다. 이맹희 씨는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이다. 재산을 사이에 두고 피를 나눈 형제간의 법정다툼에 이어 3대까지 갈등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2011년 6월 삼성은 CJ에 '상속재산 포기각서'를 요구했다. 서로간의 감정이 좋을 수가 없다. 이 같은 상황은 2017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Q. 양가의 다움기간이 문제의 동영상 촬영 시기와 겹치나?
== 동영상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5차례에 걸쳐 촬영됐다. 삼성과 CJ의 감정싸움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과 맞물린다. 삼성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는 CJ 측의 강력한 문제제기가 있었을 정도로 양측은 극도로 거친 모습을 보였었다. 검찰 역시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Q. 삼성은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린 뒤 대응하면 그뿐 아닌가
== CJ의 석연찮은 해명이 삼성의 심기를 자극하고 있다. '동영상 촬영이 CJ와 관련 없다는 것을 작년 중-하반기 삼성이 이미 확인했다'는 게 골자지만 삼성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당시 그룹 내 화력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초반이라 여기에 집중하고 있었던 터여서 그럴 겨를이 없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동영상을 촬영한 일당이 일종의 '딜'을 시도했으나 거부했다는 사실도 밝히고 있다.
'삼성은 동영상 촬영과 CJ가 무관하다는 것을 인정한 적이 없다'로 바꿔 말할 수 있다. 해석상의여지를 충분히 남겨놓은 행보로 풀이된다.
Q. 삼성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무엇인가
==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상태가 만 1개월째를 맞고 있다.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개인사를 놓고 측근들이 이런저런 결정을 하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동영상 제작의 위법성에 앞서 성매매 의혹 자체는 불법행위가 자명하다.
겉으로 드러내 놓고 배후 의혹을 제기하기에는 운신폭이 이미 크게 제약돼 있다는 의미다. 겉으로 드러나는 적극적인 대응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Q. 이재현 회장의 갑작스런 미국 출국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한데.
==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지병인 신경 근육계 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CMT) 치료다. 이번 사건이 확산돼 시끄러워질 것을 예상, 미리 몸을 피한 것이라는 의심이 재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검찰 조사 과정과 그 결과에 따라 양측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