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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화장품 가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롯데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의 중국 '사드보복' 피해와 맞물려 국내소비자들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지 여행 취소와 같은 단순 불만을 떠나 중소상공인들의 수익 하락에 따른 제품질 저하와 가격 인상이 골자인 '기초판매·소비단계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자칫 '유커'로 통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이탈이 장기화 되는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물가급등 현상)이 현실화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 소상공인 수익 덩달아 추락
7일 산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찾는 유커들의 숫자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제주지역이 대표적이다. 지난 6일 기준 21개 여행사에 예약됐던 중국인 관광객 11만1000여 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모두 제주 직항편을 이용하려던 중국인들로 파악됐다.
중국 설 명절 '춘절' 기간인 올해 1월 27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 항공편과 크루즈선으로 제주를 찾은 유커 역시 4만3000명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춘절 연휴와 비교해 17%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 공항과 지자체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정확한 숫자 파악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유커들의 발길이 뚝 끊긴 실정이다.
서민물가와 직접적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수익도 덩달아 추락하고 있다.
김영호(더불어민주당)의원 등이 최근 동대문, 홍대, 이화여대, 명동 일대 상인 463명을 직접 만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9.1%가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유커들이 발길을 끊은 게 원인이라고 이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금융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국내 호텔·숙박업과 요식업 등 관광 관련 업종의 여신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유동성이 빠르게 경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치명타다.
문제는 이 같은 환경에 노출된 국내 소비자들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제품단가를 맞추기 위해 제품 질을 낮추거나 가격을 올리는 그들만의 생존공식 실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각 업체들 간의 경쟁구도가 낳는 제품질 향상 효과도 증발될 공산이 크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유커 방문이 감소해 제품 판매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상품가격 하락 여지가 없어진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이전과 비교해 똑 같은 제품을 보다 더 비싼 값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상공인들의 경쟁이 살아있어야 무조건 유리하다"며 "소비자가 양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는 것도 신경 쓰인다.
◆ "소비자들은 일방적인 시장 논리 제물 될 것"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9% 상승했다. 지난해 8월만 해도 0.5%에 그쳤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9∼12월 1%대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2%로 전월 대비 0.7%포인트 올랐다. 2012년 10월(2.1%) 이후 4년 3개월 만의 고점이다. 당분간 생활물가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지만 사드보복 여파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5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이 전년 대비 3.8%(12만5000원)증가한 342만 5000원으로 집계됐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전체적으로 우하향 추세에 놓인 국내 경기에 유커들의 외면이 더해져 소비자들이 느끼게 될 직간접적 피해는 빠르게 늘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소비 뒷받침이 끊긴 상태에서 장기간 버틸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 많지 않다"며 "반대로 그런 기업들이 시장에서 사라지면 가격결정권을 빼앗긴 소비자들은 일방적인 시장 논리의 제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심각한 대목은 정부가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에게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