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위치안내서비스]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1동'
경기도 의정부 호원동에 거주하는 소비자 박 모씨는 이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박 씨의 10살 난 딸이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도봉구에 있다'는 위치안내서비스 문자를 받은 것이다.
당황한 박 씨는 불안한 마음으로 계속 학교로 전화를 했으나 통화 중이라 연결이 안 돼 더욱 불안해졌고, 결국 다급해진 박씨가 확인한 결과 다행히 딸아이는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위치 안내서비스가 잘못 되어 벌어진 일이었다.
화가 난 박 씨는 "나보다 연세드신 어머니께서 어찌나 놀라셨는지 모른다."며 이동통신사 고객서비스센터에 항의했으나 고객센터 담당자는 "위치추적 단말기는 거리상 오차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다른 통신사도 마찬가지다. 양해해 달라"며 시큰둥하게 답변했다.
박 씨는 "앞으로 시정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오류가 있으니 소비자에게 참고 견디라는 식의 적반하장이 어디 있냐"며 발끈했다.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어린이 납치사건, 살인 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큰 강력범죄가 연이어 일어나면서 각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휴대전화로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위치안내서비스 가입자도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 2월 강호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위치안내서비스 가입자수 증가는 정점에 달했다.
각 이동통신사가 지난 2월 집계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KT(전 KTF)는 기존에는 월 600~700명 정도가 가입했지만, 지난 2월 2일과 3일 이틀 동안에는 3600명이 가입해 6배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고, SK텔레콤도 2월 초 이틀 동안 1000명이 가입해 기존 월 가입자의 2배를 웃돌았다. 현재 SK·KT(전KTF)·LG텔레콤 이동통신사 3사는 모두 위치안내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자녀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줄 것이라는 초기의 많은 부모들의 기대와는 달리 현재 위치안내서비스는 정확한 위치를 짚어내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안내하는 일들이 빈번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정류장을 착각해 잘못 내린 70대 노인이 실종돼 가족이 구조요청을 했지만 소방서가 휴대폰 위치추적을 했음에도 기지국 위치로 안내되어 노인의 정확한 사고지점을 파악못하는 바람에 결국 70대 노인이 동사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이런 사례들이 계속되자 지난 4월 KBS '소비자고발'을 통해 위치안내서비스의 정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본 소비자들의 불만과 개선 요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통3사 "현 기지국 시스템으로는 오차범위 보안은 어려워…GPS폰 보급확대 대안"
이에 대해 각 이동통신사들은 공통적으로 "현 기지국 시스템에서는 오차 범위를 기술적으로 보완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시행중인 위치안내서비스는 기지국 위치를 기반으로 해서 기지국간 전파를 이용해 해당 기지국을 찾는 방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각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지국 위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고객의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정확히 말하면 고객의 주변에 있는 기지국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각 지역별 인구수에 따른 기지국 수가 다르고 기지국 주변 환경, 날씨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지역이나 환경별로 위치안내의 정확도가 차이가 난다. 기지국의 수를 늘리는 방안도 효율성 측면에서 떨어진다고 이동통신사는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동통신 기술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현 서비스의 오차범위는 이동통신사의 잘못이 아닌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현 기지국 시스템으로는 오차범위에 대해 기술적으로 보완하기는 힘들며 위치정보를 제공한다는 것도 휴대폰 소지자가 있는 장소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닌 소지자가 있는 지역의 범위를 알려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밝혔다.
또한 관계자는 "현 시스템 상으로는 위치안내의 오차범위가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다. 오차범위가 10m미만인 오차범위가 상대적으로 적은 GPS폰을 사용하면 오차를 줄일 수 있어 이에 따라 아동들이 모두 GPS폰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 하자는 대안도 나오지만 GPS폰은 일반 휴대폰보다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부담이 클 것이고 이를 이동통신사가 강요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현재 각 이동통신사가 오차범위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내놓은 것은 GPS폰 보급을 늘리는 것이다. GPS폰은 GPS(위성항법장치.Global Positioning System)가 탑재된 휴대폰으로, 이를 이용하면 GPS 수신기로 3개 이상의 위성으로부터 정확한 시간과 거리를 측정하여 3개의 각각 다른 거리를 삼각 방법에 따라서 현 위치를 정확히 계산한 위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 우리나라에도 최근 GPS폰이 출시되고 있다.
또한 애초에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고객에게 위치안내서비스 가입 설명을 할 때에도 오차범위나 서비스 내용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게 설명을 해줘야 이와 관련된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에 대해 KT(전 KTF)관계자는 "위치추적서비스의 한계나 오차 범위에 대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부터 충분히 설명을 하고 있고, 대리점이나 판매업자들에게도 설명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다"며 "물론 일부 대리점이나 판매 업체 측에서 이를 간과해서 소비자들이 불만을 호소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수많은 대리점과 판매업체를 일일이 모니터링 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본사차원으로 대리점과 판매점 운영자들에게 고객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드리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지혜 기자 ji_hai2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