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 직업없이 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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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 직업없이 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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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실업자에 취업준비생이나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사실상 실업자'가 지난해 11월 현재 300만명을 넘었다.

그러면서 사실상 실업률이 12.6%를 기록,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3.3%)의 4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고용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기 때문에 보다 세분화된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공식 실업자는 80만명, '사실상'은 330만명
정부가 매월 발표하는 고용동향 지표는 실업자와 신규 고용이 중심이다. 이에 따라 공식적인 실업자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81만9천명이었다.

실업률은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자 수를 경제활동인구 수로 나눠 계산한다.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만 가리킨다. 학생, 주부, 수감자, 고령자는 물론이고 구직활동을 그만둔 사람도 경제활동인구에서 제외된다.

지난해 11월 경제활동인구는 2천462만5천명이었다. 이에 따라 공식 집계된 실업률은 3.3%였다.

하지만 정부의 실업률 통계는 실제 고용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은 게 사실이다. 통계상 실업자로는 분류되지 않지만 사실상 실업자나 다름 없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유사 실업자' 또는 `잠재적 실업자'라고 부른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넓은 의미에서 취업을 하려고 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에 다니는 취업준비생, 고령자가 아니면서 구직활동을 그만둔 채 쉬고 있는 사람, 노동시간이 매우 짧아 정상적인 취업 상태로 보기 힘든 사람 등이 포함된다.

이 같은 방식에 따라 6일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해 본 실업자 수는 지난해 11월 말 329만9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을 경제활동인구에 포함시켜 계산한 실업률은 12.6%였다. 초단시간(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의 경우 경제활동인구에 이미 포함돼 있는 점이 고려된 수치다.

  
◇"일없이 쉬고있다" 100만명 시대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은 2001년 이후 거의 3%대에서 오르내리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실업률 통계를 내 보면 공식 실업률과는 큰 격차가 나타난다. 2003년 11월 공식 실업률은 3.6%였다. 반면 사실상 실업률은 10.2%였다.

공식 실업률과 사실상 실업률의 격차는 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003년 6.6%포인트였던 11월 기준 두 실업률의 격차는 2004년 7.2%포인트, 2005년 7.6%포인트, 2006년 8.2%포인트, 2007년 8.1%포인트, 2008년 8.2%포인트였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난을 겪었다는 지난해에는 9.3%포인트로 급상승했다.

이 가운데 60세미만의 '쉬었음'에 해당하는 사람이 1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직장에 다니다가 명예퇴직을 했거나, 열악한 고용 사정에 낙담해 구직을 단념했거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생길 것 같지 않아 포기한 사람 등이다. 2003년에는 68만4천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99만9천명으로 49.4% 늘었다.

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에 다니거나 혼자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는 취업준비생은 2003년 33만명에서 지난해 56만1천명으로 70.0% 증가했다.

초단시간 취업자 수는 63만8천명에서 92만명으로 44.2%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사실상 실업자'는 성격상 기준이 모호하고 각자 처한 상황이 달라 공식적인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실업자와 같은 처지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사실상 실업자 정책적 배려 필요"
문제는 이 같은 `사실상 실업자'가 앞으로 줄어들기는 힘든 구조라는 데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주무현 고용대책모니터링센터장은 "대학 진학률이 높은 우리나라는 대졸자들이 생애 기대소득을 고려해 `좋은 직장'을 찾으려고 애쓰는 반면 `좋은 직장'의 내부 진입장벽은 높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경제실장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은 취업유발계수가 낮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고용이 기대만큼 빨리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가족구성이 변하고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구직을 쉽게 체념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사실상 실업자'는 고용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일 공산이 크다.

정부가 공식적인 실업률에 집중하면 고용 정책의 초점도 경제활동 참가자에게 맞춰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용시장 바깥으로 밀려난 이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자칫 소홀해지기 쉽다.

주 센터장은 "주부에게는 파트타임 직업을, 30~40대는 전직(轉職)을 위한 직업훈련을, 고령자에게는 그에 맞는 공공부문 등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계층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원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이 중소기업 출신에게 문호를 적극 개방해 구직자들이 처음부터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 장기간 실업 상태를 무릅쓰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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